[여담여담] 섹스 앤드 시티/윤창수 국제부 기자

[여담여담] 섹스 앤드 시티/윤창수 국제부 기자

입력 2006-01-07 00:00
수정 2006-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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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독신여성 4명의 성에 관한 수다를 담은 드라마 ‘섹스 앤드 시티’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높다. 러시아판 ‘섹스 앤드 시티’라 할 만한 ‘발자크 나이 아니면 남자는 모두 개자식’에서는 매력적인 모스크바 여성 4명이 삶과 사랑, 섹스에 대해 푸념을 늘어놓는데 역시 시청률이 굉장하다.

발자크 나이란 프랑스 소설가 발자크의 ‘서른살 여성’이란 소설에서 따온 것으로 나이는 들었는데 남편도, 자식도, 직장도 없다고 우는 여성들의 한탄이 바로 드라마 제목이다. 전쟁과 억압, 음주로 남성 평균 수명이 겨우 59살인 러시아는 여초(女超) 국가다. 부족한 남성마저 아버지 없이 자라나 응석받이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뉴욕과 모스크바뿐 아니라 베이징, 도쿄, 서울 등 전세계 대도시의 많은 여성들이 괜찮은 남자가 없다고 한숨을 쉰다.

여기다 남성과 여성간의 편견을 부추기는 듯한 통계도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990년대초 미국의 35세 이하 독신 남성을 상대로 실시된 조사에서 남성들은 본인보다 많이 버는 여성과 결혼할 의사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반면 여성들은 자신보다 연봉과 교육 수준이 높은 남성하고만 결혼하려는 의지가 강해 결국 대학 나온 여성과 고등학교를 졸업한 남성이 가장 배우자를 찾기 힘들단 결론이 나온다.

문제는 현재 미국 대학생의 57%가 여성인데다 몇년안에 남녀 대학생 성비(性比)가 40:60으로 더 벌어질 전망이란 점이다.

드라마 ‘발자크 나이’의 주인공으로 열연중인 율리아 멘쇼바는 “러시아 사람들은 지금처럼 잘사는 것이 한순간이란 공포 때문에 누군가가 자신만의 세계에 들어오는 것이 굉장한 심리적 압박”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시장경제의 급성장은 석유와 천연가스로 인한 부 외에도 드라마 속 직업인 변호사, 배우 등으로 열심히 일한 여성들의 땀의 결과다.

국가 경제가 발전하려면 여성들이 더 많이 일해야 한다. 일하기 위해 더 많이 공부하고 그래서 성공하면 할수록 배우자를 찾기는 힘들어진다.

‘섹스 앤드 시티’의 결말은 숱한 남성을 만나던 여주인공들이 결국 인생의 동반자를 찾는 것이었다. 그녀들이 오랫동안 찾아 헤맨 것은 단지 돈많은 남성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경제적 부담 혹은 편견 때문에 고립된 섬으로 살아가는 것은 모스크바 여성뿐 아니라 모두에게 비극이다.

윤창수 국제부 기자 geo@seoul.co.kr
2006-01-0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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