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정기국회에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다. 이는 남북관계 발전사에 한 획을 긋는 중대한 의미를 갖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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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중 통일부장관 법률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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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중 통일부장관 법률자문관
1990년 제정되어 남북간 교류협력에 관한 절차를 규율하여 왔던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과 달리 이 법률은 남북관계의 실체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발전의 기본법으로서 기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이 법률은 헌법에 산재하고 있는 평화통일 관련 조항들에 근거하여 제정된 법률이라는 점에서 헌법제정권자인 국민들의 평화통일 의지를 실현하기 위한 법률인 셈이다. 나아가 1992년에 체결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의 중요부분과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합의서를 이행하는 법률이기도 하다.
사실 남북기본합의서는 그 내용 면에서 남북한 기본관계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담고 있지만 법률적 효력을 갖지 못한 정치적 합의에 불과하여 남북관계를 규율함에 있어서는 실효성을 갖지 못하였다. 그동안 합의서에 법률적 효력을 부여하기 위한 노력이 없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헌법적 난제들이 존재하고 있는 현실에서 결실을 맺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제 이 합의서의 기본정신을 구현하는 법률이 여야 합의로 제정되어 남북관계 발전의 법적 토대로 작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다함께 기뻐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법률의 제정으로 그동안 통치권자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때로는 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남북관계에 관한 기본계획과 남북합의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민주적 통제를 받게 되었다. 국회의 통제가 남북관계 업무의 효율성과 적시성을 침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염려도 없지 않지만, 오히려 투명성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관계부처도 환영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법률의 내용 중 무엇보다도 남북관계를 ‘국가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잠정적인 특수관계’라고 정의하였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정의 속에서 북한은 결코 외국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는 점에서 이 법률은 헌법의 영토조항에도 합치된다고 생각된다. 나아가 이 법률은 남북간의 거래를 민족 내부거래라고 규정하여 남북교역에 관세를 부과할 수 없는 법률적 근거를 분명히 하였다. 물론 이 법률이 규정한 남북관계나 남북교역의 성격을 국제사회에서 통용받기 위해서는 또 다른 차원의 국제적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적어도 국제사회에서 남한과 북한간의 거래를 민족내부간 거래로 취급하여 달라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국내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는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 법률은 북한에 남한의 공무원을 파견하여 상주근무를 하게 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규정하고 있다. 현재 개성에는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가 개설되어 남과 북의 공무원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행정처분에 불과한 인사발령만으로 공무원을 특수한 지역인 북한에 파견하여 특수한 복무에 종사하게 하는 행위는 국가안보 및 해당 공무원의 기본권 보호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없지 않았다. 이 법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향후 북한에 상주대표부를 설치할 경우 이에 대한 법률적 근거로도 활용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도 뜻 깊은 일이다.
1972년 분단상태에 있던 동서독 사이에 체결되었던 기본조약과 이를 이행하기 위한 각종 법률들이 독일 통일의 법적 기초가 되었듯이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과 내용을 상당부분 계승하고 있는 이 법률이 민족 통일의 법적 토대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김하중 통일부장관 법률자문관
2005-12-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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