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어머니 과학자에 박수를/남길수 KIST 생체과학연구부 선임연구원

[발언대] 어머니 과학자에 박수를/남길수 KIST 생체과학연구부 선임연구원

입력 2005-12-12 00:00
수정 2005-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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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은 살림을 잘 하시나 봐요? ○○의 장래 희망이 ‘현모양처’래요.”

몇년 전 딸아이의 초등학교 담임선생님께서 내게 하신 말씀이다. 바람직한 희망사항이긴 한데, 왜 그런 희망을 갖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연구원 생활을 했고, 새롭게 발전해가는 과학적 지식을 따라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래서 딸아이는 늘 자기 곁에 없는 엄마에게 서운해서 자신은 아이들과 늘 함께하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나 보다.

그러던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 얼마 전 학교에서 나에게 직업관련 강연을 부탁받아 왔다. 연구원이란 직업에 대해 중학생을 대상으로 이야기해 달라는 요청인데, 엄마가 연구원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강의를 듣는 여학생들의 진지하게 반짝이는 눈망울이 나 자신에게 더 좋은 자극과 힘이 된 자리였다. 그 중 한 학생으로부터 자신의 희망이 과학자인데 그 꿈을 확고히하는 계기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감사의 편지도 받았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모든 맞벌이 여성들의 최대 고민은 아마도 자녀교육에 대한 걱정일 것이다. 엄마의 많은 보살핌이 필요한 시간에 대부분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어 자녀교육상 중요한 시기에 함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이 그런 어려움을 감수하며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역량을 발휘해 나가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의 출산연령 증가와 출산율 저하는 가정과 일을 병행하는 어려운 길을 택하기보다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하나라도 잘 해보자는 여성들의 심리도 한몫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우리 아이들도 엄마의 직업 때문에 많은 부분을 혼자 해결해가며 성장해왔다. 오히려 그런 부분이 다행스럽게도 나의 우려와는 달리 자립심 강한 아이들로 자라나게 한 계기가 된 것 같다. 중학생 딸아이의 장래희망 중에 엄마의 직업이 해당되는 걸 보면 이젠 엄마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가 보다.

생체과학 관련 연구를 하는 나는 산소, 탄소, 수소, 질소 등 원자들로부터 성분과 구조변화에 따른 수만가지의 유기화합물 속에서 인간의 질병치료와 관련된 화합물을 합성하는 신물질 창조를 위해 연구한다. 특히 아직 미지의 세계로 알려진 뇌의 기능과 관련된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메커니즘을 밝혀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KIST의 비전21 과제 중 하나인 케모인포메틱스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앞으로의 사회는 과학과 지식중심의 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만큼 과학자의 역할이 중요시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과학을 다루는 이공계를 기피한다는 것은 미래 사회에서의 주역이 되기를 기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앞으로 사회적 수요에 의해서 이공계 인력이 대우받게 될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미래 사회는 지구촌이 하나가 되는 글로벌 사회가 올 것이고 과학적 지식은 전 세계가 공통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과학자가 미래 사회의 주역이 될 수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런 측면에서 기혼 여성과학자들은 미래 사회로의 준비에 완벽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미래 사회의 핵심 지식기반을 다지기 위해, 과학적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미래 사회의 주역이 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자녀를 키워내는 일을 병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려운 여건에서 꿋꿋하게 직장생활을 잘 영위하고, 자녀도 잘 키워내고 있는 어머니들에게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남길수 KIST 생체과학연구부 선임연구원
2005-12-1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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