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수험생의 부정행위를 가중처벌토록 규정한 고등교육법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여론이 빗발치자 다시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휴대전화나 MP3, 라디오, 디지털카메라 등 휴대금지 품목을 소지한 수험생에 대해 당해연도의 수능시험을 무효화하는 것은 물론, 다음해 수능까지 치르지 못하도록 한 것은 ‘과잉 처벌’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모양이다. 우리는 이번에 적발된 수험생 38명 대다수가 부정행위가 아닌, 실수로 휴대금지 품목을 소지했던 점을 들어 구제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법 적용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면 즉시 시정해야 하고, 이런 점에서 정치권의 고등교육법 개정 움직임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수능에 적용된 고등교육법의 경우 수능 하루 전에야 발효될 정도로 국회가 늑장을 부렸을 뿐 아니라 법 적용시 발생할 부작용을 따지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가중처벌토록 바꾼 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국회의 ‘날림 입법’이 어린 수험생들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긴 셈이다.
국회의 부실 입법과 법안 심의가 논란이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말로는 ‘민생’을 외치면서 권력 게임에만 골몰하다가 막판에 몰아치기식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국회의 관행이 되다시피 했다. 그러다 보니 이번 고등교육법처럼 의도하지 않은 피해자가 속출하기 일쑤였다. 법률이란 문구 하나로 수많은 사람의 이해가 뒤바뀔 정도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입법부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이유다. 개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은 입법에 신중을 기해주길 당부한다.
2005-11-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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