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청의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사건을 수사한 정대훈 특별검사팀이 어제 추가 사법처리 대상자와 혐의를 확보하지 못한 채 3개월에 걸친 수사의 막을 내렸다. 지난해 7월 러시아 유전업체 페트로사흐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철도공사의 투자까지 유치하게 된 이면에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과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특검팀은 여러 가지 석연찮은 정황을 발견했으나 구체적인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 때처럼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석유전문가 허문석씨가 해외로 달아나 진위를 가릴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결과부터 따지자면 유전특검은 지난해의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소득 없이 혈세 17억원을 날렸다. 정치권의 의혹 부풀리기에 국민들만 주머니를 털린 꼴이다. 물론 유전특검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특검 무용론’을 제기하는 것은 성급하다. 정치권에서는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 주체로 여권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한나라당의 상설 특검이 맞서고 있다. 검찰 수사의 불신이 낳은 결과다.
따라서 우리는 유전특검을 계기로 ‘특검 만능주의’에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정치권은 ‘아니면 말고’식의 특검 남발을 자제해야 한다. 특검은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검찰은 정치권의 특검 도입 주장을 탓하기에 앞서 한점 의혹 없는 수사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 대통령 측근비리 사건이나 유전의혹 사건처럼 검찰이 명운을 걸고 수사에 나선다면 특검의 유용성은 절로 사그라들 수밖에 없다. 값비싼 비용이 헛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2005-11-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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