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낙엽 단상/진경호 논설위원

[길섶에서] 낙엽 단상/진경호 논설위원

진경호 기자
입력 2005-11-16 00:00
수정 2005-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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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은 가고 낙엽의 계절입니다. 플라타너스의 흑록색 잎들은 성정이 우악스러워서인지 쌀쌀한 날씨에도 제법 버티고들 있습니다. 반면 맵시 좋은 은행잎들은 영 그렇질 못합니다. 힘이 부치는 모양입니다. 길바닥에 노랗게 내려앉았습니다.

경복궁 돌담길은 플라타너스와 은행으로 빼곡합니다. 그 풍만함과 색감이 철 맛을 잘 살려줍니다. 한데 늦가을 들어 은행나무 형편들이 확연히 다릅니다. 어떤 녀석들은 잎을 다 떨구고 바들거리는데 또 한 무리는 여전히 노란 단풍을 곱게 두르고 있습니다. 뭐가 달라서일까요. 재미있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플라타너스에서 조금 떨어진 녀석들은 모조리 앙상한 몸피를 드러내놓고 있는 겁니다. 지난 여름 햇볕을 포식했을 법한데도 말이죠. 하지만 덩치 큰 플라타너스 사이에 끼여, 그래서 나도 볕 좀 보고 살자고 아등바등거렸을 놈들은 아직도 잎사귀들을 움켜쥐고 있고요. 예외가 없습니다.

곡절은 모르겠습니다. 플라타너스에 가려 지낸 은행들이 보다 생명력이 질겨서일까요. 아니면 햇볕을 가로막던 그 못된 플라타너스가 지난 밤 양지녘 은행들을 세차게 때린 비바람을 막아준 때문일까요. 아무튼 인생사를 꼭 빼닮은 녀석들이 참 웃깁니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2005-11-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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