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파티에 다녀왔다. 바쁜 12월을 피해 때이른 크리스마스 파티를 한다고 해서 약간의 들뜬 기분에, 어떤 근사한 파티일까 기대를 하며 파티장을 찾았다.
퇴근후 남들보다 1시간이나 늦게 간 파티장에는 팝페라 가수가 나와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늦게 도착해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뒤에 서 있는데 탤런트 신애라씨가 나와 “저도 한 어린이를 후원하고 있어요.”라며 ‘컴패션’(compassion)을 운운했다.
그러더니만 컴패션과 관련된 짤막한 비디오가 상영됐다.“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말씀으로…”라는 말들이 이어지자 “컴패션이 뭐야. 오늘 파티는 예수님 믿자는 선교 모임인가봐.”라며 같이 간 일행들이 속삭였다.
파티장에는 낯익은 인물들이 많았다. 여성계 인사를 비롯해 기업체 임원, 언론계 인사 등등 각계의 인사들이 다 모였다. 아무리 봐도 공통점은 없었다. 이날 파티를 주최한 사람은 광고계의 여성 CEO 문애란 웰콤대표. 국내 여성 카피라이터 1호라는 타이틀에 머물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광고대행사 ‘웰콤’을 세워 대표로 활동하는 맹렬 여성 선배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그녀는 “전세계 가난한 어린이를 후원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자.”고 인사하며 “뒤에 맛있는 음식이 준비됐다.”고 말했다. 그제서야 파티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파티 장소는 서울 예술의전당 앞 한 레스토랑. 그녀의 명성에 걸맞는 별 몇개짜리 호텔도 있건만 그녀는 친구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빌려 지인들을 초대했다. 찐 고구마에 옥수수, 삶은 밤, 떡, 김밥, 어묵 등 뷔페식으로 마련된 음식이 소박하기 그지없다. 그전에도 자선 파티에 가봤지만 이렇게 잔잔하게 감동을 받은 적은 없다. 화려한 호텔에서, 근사하게 옷을 차려입고, 풀 코스의 요리를 즐기며, 유명 아나운서나 탤런트가 사회를 보는 불우이웃돕기 행사를 보면서 “음식값과 호텔비용 빼면 자선기금이 얼마나 모아질까.”라며 아쉬움이 남았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날 모두들 좁은 공간에서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 어묵국물을 훌쩍이며 맛있게 저녁 식사를 했다. 모두들 환한 표정에 격의없는 대화가 오갔다.6명이 둘러앉은 우리 식탁에서 누군가 어린이 후원 결연 신청서에 사인을 하기 시작하자 너도나도 뒤따랐다.
최광숙 문화부 차장 bori@seoul.co.kr
퇴근후 남들보다 1시간이나 늦게 간 파티장에는 팝페라 가수가 나와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늦게 도착해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뒤에 서 있는데 탤런트 신애라씨가 나와 “저도 한 어린이를 후원하고 있어요.”라며 ‘컴패션’(compassion)을 운운했다.
그러더니만 컴패션과 관련된 짤막한 비디오가 상영됐다.“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말씀으로…”라는 말들이 이어지자 “컴패션이 뭐야. 오늘 파티는 예수님 믿자는 선교 모임인가봐.”라며 같이 간 일행들이 속삭였다.
파티장에는 낯익은 인물들이 많았다. 여성계 인사를 비롯해 기업체 임원, 언론계 인사 등등 각계의 인사들이 다 모였다. 아무리 봐도 공통점은 없었다. 이날 파티를 주최한 사람은 광고계의 여성 CEO 문애란 웰콤대표. 국내 여성 카피라이터 1호라는 타이틀에 머물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광고대행사 ‘웰콤’을 세워 대표로 활동하는 맹렬 여성 선배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그녀는 “전세계 가난한 어린이를 후원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자.”고 인사하며 “뒤에 맛있는 음식이 준비됐다.”고 말했다. 그제서야 파티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파티 장소는 서울 예술의전당 앞 한 레스토랑. 그녀의 명성에 걸맞는 별 몇개짜리 호텔도 있건만 그녀는 친구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빌려 지인들을 초대했다. 찐 고구마에 옥수수, 삶은 밤, 떡, 김밥, 어묵 등 뷔페식으로 마련된 음식이 소박하기 그지없다. 그전에도 자선 파티에 가봤지만 이렇게 잔잔하게 감동을 받은 적은 없다. 화려한 호텔에서, 근사하게 옷을 차려입고, 풀 코스의 요리를 즐기며, 유명 아나운서나 탤런트가 사회를 보는 불우이웃돕기 행사를 보면서 “음식값과 호텔비용 빼면 자선기금이 얼마나 모아질까.”라며 아쉬움이 남았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날 모두들 좁은 공간에서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 어묵국물을 훌쩍이며 맛있게 저녁 식사를 했다. 모두들 환한 표정에 격의없는 대화가 오갔다.6명이 둘러앉은 우리 식탁에서 누군가 어린이 후원 결연 신청서에 사인을 하기 시작하자 너도나도 뒤따랐다.
최광숙 문화부 차장 bori@seoul.co.kr
2005-10-2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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