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칠단(漆丹)/심재억 문화부 차장

[길섶에서] 칠단(漆丹)/심재억 문화부 차장

입력 2005-10-20 00:00
수정 2005-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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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나무라고 들어보셨나요? 알레르기에 민감한 사람은 잎사귀를 스치기만 해도 회초리에 맞은 듯 맨살에 붉은 줄기가 주욱, 죽 서는 옻나무가 바로 칠나무입니다.‘가든’류의 음식점 메뉴에 빠지지 않고 들어 있는 ‘옻닭’이란 이 칠나무 잔가지를 함께 넣고 고아낸 닭백숙을 말합니다.

어려서 ‘한 부잡’했던 제게 유일한 제약은 그 칠나무를 범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저 지나다니며 힐끗거린 게 전부였는데, 가을 한 날, 선연한 붉음이 얼핏 제 눈에 들었습니다. 잎사귀에 서릿발이 내려 더 붉어 뵈는 칠나무 단풍, 바로 칠단(漆丹)이었습니다. 그 단풍이 얼마나 붉고 예뻤으면 다산이 그 이름을 들어 예찬했겠습니까. 한 동무가 붉디붉은 칠단이 너무 고와 선뜻 땄다가 옻이 올라 죽을 고생한 일이 생각납니다.

이 칠단을 두고 옛사람들은 ‘반반하면 얼굴값 한다.’고 했는지도 모릅니다. 내륙 산간에는 벌써 서리가 내렸답니다. 서리 맞아 달게 익은 칠단의 붉디나 붉은 모습을 보고도 싶은데, 그러려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옻나무가 둥치를 이룬 제 고향은 너무 멀어서요.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2005-10-2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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