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담여담] 청계천과 가자지구/윤창수 국제부 기자

[여담여담] 청계천과 가자지구/윤창수 국제부 기자

입력 2005-10-15 00:00
수정 2005-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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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서울시장과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공통점은 뭘까. 본인 손으로 만든 것을 40여년 뒤에 직접 철거했다는 점이다.

현대건설 근무 시절 청계 고가도로 건설에 참여했던 이명박 시장은 고가를 부수고 하천을 복원했다. 샤론 총리는 중동 평화를 위해 가자지구에 세운 유대인 정착촌을 불도저로 부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돌려줬다.

지난 1일 역사적인 청계천 새물맞이 행사에 일본인 친구와 함께 갔다. 두번째로 한국을 찾은 에루짱에게 새로운 서울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인파에 빌딩 한 귀퉁이로 불꽃 서너번 본 게 고작이었고, 사고로 아까운 목숨도 사라졌다. 높은 굽의 부츠를 신고 미끄러운 청계천 산책길을 인파를 헤치며 지나다녔던 에루짱에게 별 일이 없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호젓하게 청계천을 거닐고 싶은 생각에 며칠전 야근을 마치고 퇴근길을 청계천쪽으로 잡았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청계천은 밤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처음 청계천 구경을 나왔다는 한 시민은 광교, 정조대왕 능행 반차도 등 문화재 복원에도 신경을 쓴 것이 감격스럽다며 말을 붙여왔다. 서울 시내에서 낯선 이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도를 믿으십니까?”라고 접근해 오는 사람이 아닌 이상 흔한 일이 아니다. 청계천 복원에 대한 일반적인 감상을 주고받다 제 갈길을 갔지만, 청계천이 불러일으킨 낭만 한 토막을 맛본 듯했다.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애브리원 세즈 아이러브유’에는 센강변에서 마법같은 춤을 추는 연인이 등장한다. 센강과 파리하면 떠올리는 세계인들의 로맨틱한 상상이 이젠 청계천과 서울에서도 가능했으면 좋겠다.

아직 청계천의 물은 순조롭게 흐르고 있는 반면 가자지구에서는 여전히 총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샤론 총리는 정치적 승부를 위해 가자지구 철수 이후 다시 팔레스타인 공습을 감행하기까지 했다. 두 정치인이 40여년 만에 이뤄낸 복원이 그 목적에 부합한 결실을 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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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수 국제부 기자 geo@seoul.co.kr
2005-10-1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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