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운동회/ 박홍기 논설위원

[길섶에서] 운동회/ 박홍기 논설위원

박홍기 기자
입력 2005-10-12 00:00
수정 2005-10-12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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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운동회는 예나 별다름이 없습니다. 운동장에 만국기가 걸리지 않았지만 아직도 동네축제 분위기는 그대로입니다. 손자의 뜀박질을 보기 위해 할머니·할아버지도 모처럼 나들이를 하시고요. 동네 어른들도 구경 나옵니다. 어머니는 김밥에다 불고기, 음료수, 과일 등을 바리바리 싼 보퉁이를 한쪽에 내려놓습니다.

머리띠의 색깔로 가른 청군, 백군은 신이 나서 목청껏 응원합니다. 매스게임을 보는 어른들의 눈에는 아이들이 마냥 기특하기만 합니다. 차전놀이는 학생들이 힘들어해 뺐답니다.

오자미에 몰매를 맞은 광주리가 터져 종이 꽃가루와 함께 ‘사랑해요’라고 쓰인 긴 천이 펴지자 아이들은 외칩니다.“사랑해요.”라고.

청·백군 계주로 운동회는 절정에 달합니다.“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힘찬 응원은 맑은 가을을 가득 채웁니다. 손자가 뛸 때면 구부정한 할머니의 몸도 손자의 발놀림에 따라 들썩입니다.

며칠 전 상경하신 할머니는 운동장이 좁아 학년별로 치러진 손자의 운동회에 다녀오신 뒤 “아이들은 시골서 맘껏 놀면서 커야 튼튼하기라.”라면서 서울 운동회가 영 마뜩찮은 듯 자꾸 시골 운동회와 비교하십니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05-10-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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