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말더듬/이상일 논설위원

[씨줄날줄] 말더듬/이상일 논설위원

이상일 기자
입력 2005-09-29 00:00
수정 2005-09-29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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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더듬수를 놓는 방법을 자랑삼아 이야기하던 기관장이 있었다. 일부러 말을 아주 천천히 하거나 더듬을 것, 복잡한 용어를 다수 섞으면서 음성의 높낮이 없이 일정한 톤으로 이야기할 것 등등. 요컨대 듣는 의원들을 짜증나고 지루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질문을 빨리 끝나게 하거나 다른 문제로 넘어가게 만드는 전략이다.

말 더듬는 증상은 대개 12세 이전, 어릴 때 시작된다고 한다.“거거거기 가자.”거나 “무무무뭐야.” 등 첫마디가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체로 많다. 또 같은 말을 늘이거나 되풀이하는 습관도 있다. 말더듬은 뇌의 이상과 환경 등에서 비롯되지만 심각한 증상이 아니면 노력을 통해서나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고쳐진다. 유명한 영화배우 브루스 윌리스는 연극을 통해 말더듬을 극복했다. 웅변연습이나 여유있는 사고 등을 통해서도 고칠 수 있다.

말 더듬는 버릇이 있는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이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이상배 한나라당 의원으로부터 놀림감이 됐다고 보도됐다. 오 장관이 “그-그-그 당시-”라고 말을 더듬자 이 의원은 “중국-중국-중국한테는 서해어장 다 내주고---거 저저저 모택동을 존경해서 그렇습니까, 왜 그래.”라고 오 장관의 말투를 흉내내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네티즌의 빗발치는 비난에 이 의원은 “오 장관을 오래 아는 사이이며 모독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오 장관은 어릴 때 말을 심하게 더듬은 중증 말더듬이였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아왔다. 그는 “말더듬이로는 최초의 장관”이라고 자부했다고 한다. 말더듬을 극복하기 위해 선생님이 질문하면 먼저 손을 들었다. 그리고 혼자 열심히 노래도 불렀다고 한다. 그의 말더듬 증세는 줄었지만 완전히 고쳐지지는 않은 모양이다.

방송 앵커로는 봉두완씨가 자신의 어눌한 말투에다 일부러 더듬기까지 해 인기를 누린 적도 있다. 웬만한 말더듬은 이제 흉도 아니며 친근감도 느껴진다. 그러나 그것도 받아들이는 측의 감정일 뿐이다. 정황으로 봐서 오 장관은 일부러 더듬수를 놓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상대방의 말더듬는 습관을 잘 알면서 공개적으로 그 말투를 흉내냈다면 장난이거나 의도적인 모욕이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seoul.co.kr
2005-09-2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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