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지난 13일 지상군위주의 군 병력을 슬림화하고 지휘구조 단순화를 비롯한 군구조 개편과 전투력 제고 등을 골자로 하는 국방개혁안을 공식 발표하였다. 이는 참여정부의 국방개혁안이자 2020년까지 미래 한국군의 청사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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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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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0년 육군 17만 7000명, 해군 4000명 등 18만 1000여명을 감축해 총병력을 50만 수준으로 유지하고 전투력 제고를 위한 각종 조치를 준비함으로써 병력감축에 따른 전력공백을 크게 보강하게 된다. 이 개혁안이 성공하게 될 경우 2020년까지 우리의 병력은 50만 수준으로 줄어드는 대신 기동 및 타격능력이 대폭 보강된 첨단 정예군으로 재탄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참여 정부의 이 같은 국방개혁안은 우리의 군구조를 ‘양적구조’에서 미래지향적 ‘질적구조’ 즉, 정보화·과학화·경량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개혁안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 여기에서 몇 가지 짚고 넘어갈 사항이 있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 1990년대 중반에 ‘2015년 신군사력 모델’을 제시하고 병력감축을 포함한 대대적 군사개혁을 단행한 바 있다. 프랑스의 군사개혁은 구소련 붕괴와 바르샤바조약기구 해체 이후 인접국경 지역에 상존해온 직접적인 군사위협 소멸이라는 실제적인 안보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향후 10년내에 북한으로부터의 직접적 군사적 위협이 소멸 또는 현저한 감소 가능성이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여러 가지 남북관계 진전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남북한의 군사적 대치양상은 크게 완화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정에 불과하지 확실한 현실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프랑스의 군사개혁은 핵잠수함 탑재 탄도미사일과 항공기 탑재 미사일에 기초한 핵 억지 전략이 가능한 정도의 강력한 군사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사실에 기반하고 있는 반면 우리의 경우 이와는 반대다. 북한은 대량살상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체계를 구비하고 있고 향후 10년내에 대병력유지 군사정책을 변경할지도 의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병력감축, 전투력 강화 계획을 지나치게 강조하게 될 경우 이는 남한의 전반적인 국방력 강화라는 부정적 인식을 북한에 제공함으로써 북한의 군사력 강화라는 역작용을 낳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안정적인 전력투자비의 확보에 대해서도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전력투자비 확보가 전제되지 않는 한 이번 국방개혁안은 일방적인 병력감축으로 인한 전쟁억지력의 약화만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어렵다. 훌륭하고 튼튼한 집을 가지고 싶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금이 없다면 이러한 집을 건축한다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한 것이 된다.
따라서 전력투자비 확보를 위해서 먼저 국민을 잘 설득하고 국회, 기획예산처 등 관련 기관과의 밀접한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이 급선무다. 때에 따라서는 예산확보를 위해서 특별법제정도 염두에 둘 필요도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하여 국방개혁 관련 최고 지도자의 강력한 의지 표명과 함께 이의 실천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국방개혁 추진과정에서 배태될 수 있는 피해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잊어서는 안 된다. 군 병력 슬림화에 따른 인력 조정문제가 불거지게 될 경우 군의 사기 저하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군의 분열 또는 사기 저하는 우리의 군사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군의 사기를 고양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여 군의 신뢰와 화합을 이끌어내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파리1대학 국제정치학 박사
2005-09-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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