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일 수교회담 관련 외교문서를 어제 공개했다. 대일(對日) 청구권 협상과 관련한 굴욕외교 논란과 독도 폭파 발언의 실체 등 그동안 제기된 숱한 의혹들이 진상을 드러내면서 한·일 현대사의 질곡을 새롭게 평가하고 정리할 기틀이 마련됐다. 우리는 먼저 광복 60주년을 맞아 어두웠던 과거사를 정리하고 새로운 한·일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정부가 취한 일련의 노력을 평가한다. 나아가 이들 외교문서를 바탕으로 한·일 수교협상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역사적 평가 작업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한다. 벌써부터 이승만·박정희 정권의 공과를 재단하는 논란이 시작된 듯하나 당장 결론부터 내고 보자는 성급한 태도보다는 광복 이후 현대사를 객관적으로 조망하고 정리하는 차분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일 외교문서 공개를 계기로 정부와 국민들은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우선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한·일 협정이 담지 못한 일본의 법적 책임을 묻는 일이다. 정부도 문서 공개와 함께 ‘일제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는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고 볼 수 없다.’고 규정했다. 당연한 결정이고 마땅히 관철돼야 할 사안이다. 중요한 것은 이에 관한 한 그 어떤 외교적 흥정도 배제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북핵 6자회담과 동북아 신질서 구축이라는 복잡다기한 외교적 이해가 얽혀 있는 현실이지만 한·일 협정처럼 적당한 선에서 타결하려 든다면 이는 30년전의 역사를 되풀이하는 꼴이 될 것이다.
정부도 그 책임을 인정했듯 일본의 무상자금을 한푼도 받지 못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책 마련에도 지혜를 모아야 한다. 막대한 자금이 든다고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소홀히 한다면 진정한 광복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2005-08-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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