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급변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별 희한한 부류들이 넘쳐난다.‘엄지족(族)’도 그 중 하나다. 휴대전화가 보편화되면서 문자메시지 시대가 열렸는데, 왼손과 오른손 엄지를 사용해 글자판을 능란하게 누르는 사람들이 엄지족이다. 일본에서는 ‘오야유비족’으로 통하고 중국에서는 ‘무즈(拇指)족’으로 불린다.
요즘 엄지족은 젊은이에 그치지 않는다.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된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자메시지에 심취했다가 경위들로부터 주의를 받는 국회의원들도 더러 있다고 한다. 문자메시지가 이렇듯 필수 통신수단으로 자리잡음에 따라 그 활용 또한 무시 못하게 됐다. 우선 생각나는 게, 좀 거창할지 모르나 민주사회의 보루라는 점이다. 군사쿠데타를 감히 꿈꾸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문자메시지 때문이라는 주장은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모의자 가운데 누가 보안을 누설할지 모르기 때문이란다. 광화문에 군중 수만명 동원하는 일도 식은 죽 먹기다. 수험생들이 부정행위에 이용했다가 난리를 쳤던 일도 어디 한두번인가.
필리핀에서는 문자메시지가 정권의 운명을 갈랐다. 에스트라다 대통령 축출 때 선봉의 시위대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뒤쪽 군중에게 효율적으로 정보를 전달해 목적을 이루었다. 톈안먼(天安門)사태로 실각했던 중국 자오쯔양(趙紫陽)이 올해초 사망했을 때도 그 사실이 외부에 처음 알려진 건 자오의 딸이 친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였다.
사업자 쪽에서 보면 이 분야는 ‘돈 보따리’다. 특히 최근 휴대전화 보급이 급속도로 확산 중인 중국에서는 문자메시지 등 부가서비스 시장이 5조원에 이르렀다는 소식이다. 언론·통신의 통제가 심한 사회이다 보니 새 통신수단인 문자메시지는 중국인들을 살판나게 만드는 모양이다. 그래서 이 나라에서는 ‘엄지혁명’이란 말에 이어 최근엔 ‘무즈경제(엄지경제)’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엄지손가락 하나가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KTF의 경우 서비스 7년만에 문자메시지 발신량이 음성전화를 앞질렀다. 손가락을 잠시도 놀리지 않는 게 인간의 본성이라는데, 머리좋은 사람들이 다른 네 손가락 중 또 어느 손가락을 돈벌이에 동원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요즘 엄지족은 젊은이에 그치지 않는다.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된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자메시지에 심취했다가 경위들로부터 주의를 받는 국회의원들도 더러 있다고 한다. 문자메시지가 이렇듯 필수 통신수단으로 자리잡음에 따라 그 활용 또한 무시 못하게 됐다. 우선 생각나는 게, 좀 거창할지 모르나 민주사회의 보루라는 점이다. 군사쿠데타를 감히 꿈꾸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문자메시지 때문이라는 주장은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모의자 가운데 누가 보안을 누설할지 모르기 때문이란다. 광화문에 군중 수만명 동원하는 일도 식은 죽 먹기다. 수험생들이 부정행위에 이용했다가 난리를 쳤던 일도 어디 한두번인가.
필리핀에서는 문자메시지가 정권의 운명을 갈랐다. 에스트라다 대통령 축출 때 선봉의 시위대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뒤쪽 군중에게 효율적으로 정보를 전달해 목적을 이루었다. 톈안먼(天安門)사태로 실각했던 중국 자오쯔양(趙紫陽)이 올해초 사망했을 때도 그 사실이 외부에 처음 알려진 건 자오의 딸이 친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였다.
사업자 쪽에서 보면 이 분야는 ‘돈 보따리’다. 특히 최근 휴대전화 보급이 급속도로 확산 중인 중국에서는 문자메시지 등 부가서비스 시장이 5조원에 이르렀다는 소식이다. 언론·통신의 통제가 심한 사회이다 보니 새 통신수단인 문자메시지는 중국인들을 살판나게 만드는 모양이다. 그래서 이 나라에서는 ‘엄지혁명’이란 말에 이어 최근엔 ‘무즈경제(엄지경제)’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엄지손가락 하나가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KTF의 경우 서비스 7년만에 문자메시지 발신량이 음성전화를 앞질렀다. 손가락을 잠시도 놀리지 않는 게 인간의 본성이라는데, 머리좋은 사람들이 다른 네 손가락 중 또 어느 손가락을 돈벌이에 동원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5-07-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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