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지게 이야기 1/심재억 문화부 차장

[길섶에서] 지게 이야기 1/심재억 문화부 차장

입력 2005-07-16 00:00
수정 2005-07-1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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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는 바라볼수록 눈물겨웠다. 목구멍 깊은 곳에서 두엄이 익듯 단내 쏟아내는 노동의 도구일 때도 슬펐고, 툭 건드리기만 해도 맥없이 넘어지고 마는 무지렁이의 굳은 주검이 얹히는 무력(無力)의 상징일 때는 더 그랬다. 뼈마디 시리게 고단한 삶, 죽어서도 쪽박 같은 무덤 하나로 압축되고 마는 무력한 삶의 기호였던 아아, 내가 아는 지게여, 지게여.

한 날, 장터길 여울가에서 소금장사 송씨가 모로 엎드러져 숨을 거뒀다. 마을 장정들이 뛰어왔을 때, 도랑물에 젖은 소금가마니는 천근이었고, 이제는 소금 대신 제 주인의 주검을 진 지게의 ‘ㅏ’자 골격만 장정의 등에 얹혀 연신 삐꺽, 삐꺽 울고 있었다.

송씨는 흥이 넘쳤다. 천근만근 소금가마니를 지고도 술 한 잔만 걸치면 “쑥대머리 구신형용 적막옥방으….”라며 제법 애간장 끓이는 창가도 뽑을 줄 알았고, 누가 곁에서 추임새라도 넣을라치면 펄펄 기가 살아 “내가 이래봬도 젊어서는 하초 힘 좋다는 한량이었는디….”라며 히죽거리곤 했다. 그런 송씨가 객사해 개 한 마리 남아 있지 않은 그의 빈 초가 마당에는 죽도록 그의 삭신을 버텼을 낡은 지게 하나 덩그렇게 놓여 있었다.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2005-07-1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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