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생가/신연숙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생가/신연숙 수석논설위원

입력 2005-06-28 00:00
수정 2005-06-28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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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신고를 할 때 태어난 곳을 적는 난이 있다. 요즘처럼 모두 병원에서 출산을 할 때는 병원 이름을 써 넣으면 된다. 유학 시절 미국에서 출산을 한 친구의 아들은 맬랑도가 출생지로 되어 있다고 해서 한바탕 웃은 적이 있다. 한국의 아이 할아버지가 ‘메릴랜드대학병원’을 잘못 알아듣고 되는대로 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옛날에는 집에서 산파의 도움을 받아 출산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말 그대로 이곳이 생가(生家)다. 나의 생가는 큰아버지댁 행랑채였다. 큰아버지댁은 초가집이긴 했지만 본채와 사랑채, 행랑채, 후원을 두루 갖춘 규모 있는 집이었다. 어머니는 큰댁에 정월을 지내러 갔다 출산을 하게 됐던가 보다. 학생 시절 이 집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었다.

며칠 전 가족 모임에서 나의 생가가 팔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큰아버지 별세 후 각각의 건물이 분리돼 친척들의 소유로 됐고, 이번에 그것마저 남의 손에 넘어가게 됐던 것이다. 가슴 속에서 커다란 썰물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집안에 있던 우물도 메워졌다고 했다. 우물과 함께 삶의 한 장면도 메워진 것만 같다. 오늘 신문에 난 한 과학자의 생가 사진은 묻어 뒀던 옛날 생각을 새록새록 불러일으킨다.

신연숙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2005-06-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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