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만보계의 덕/이용원 논설위원

[길섶에서] 만보계의 덕/이용원 논설위원

입력 2005-06-13 00:00
수정 2005-06-13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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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만보계를 샀다. 만보계가 처음 소개된 게 10년은 넘지 않나 싶은데, 그 무렵 만보계를 하나 선물받아 한동안 차고 다녔다.

일정한 시간·거리를 걸은 뒤 몇 걸음이나 되는지 확인하는 게 재미 있었다. 또 당시는 일선에서 뛰어다니는 기자 시절이어서, 퇴근 때 만보계를 들여다 보고는 오늘은 취재를 얼마나 열심히 했나 되짚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도 며칠, 허리춤을 떠난 만보계는 잠시 방 구석에서 뒹굴더니 이내 눈 앞에서 사라졌다.

이번에 만보계를 새로 구입한 까닭은, 요즘 걷기를 운동삼아 하기 때문이다. 출퇴근 길에 집∼전철역∼사무실을 오가며 걷는 시간이 40여분은 되는 데다 부지런 떠는 날에는 회사 주변, 집 동네에서도 일부러 걷기에 1만걸음 채우는 데 자신 있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만보계로 확인해 보니 의외로 쉽지 않았다.

쉬는 날인 지난 토요일 아내와 함께 집근처 공원에서 조깅 트랙을 여러 바퀴 돌았다. 한차례 돌 때마다 만보계를 확인해 1만보를 채우고야 집으로 돌아왔다. 만보계가 없었다면 트랙 돌기는 중도에서 그쳤을 것이다. 사물에는 모두 덕(德)이 있다더니 만보계에는 내 게으름을 잡아끄는 덕이 있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5-06-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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