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락의 길을 걷던 핵산업이 두 번째의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고 한다. 이 주장의 진원지는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다. 간혹 이중잣대 논란에 휩싸이곤 하는 이 기구는, 작년 6월 장밋빛 통계가 실린 보고서 한권을 내놓았다. 전 세계적으로 모두 27기의 핵발전소가 건설 중이며, 기후변화 변수까지 고려하면 2030년에 핵산업은 2.5배 성장하리라는 것이다.
OECD 산하기구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와는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현재 세계 에너지생산에서 약 8%를 차지하는 핵에너지가 2030년에는 5% 정도로 감소한다는 것이다. 근거는 수명을 다해 폐쇄를 앞둔 핵시설은 많은 반면,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놀랄 만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핵에너지 감소추세는 특히 전력산업 민영화로 진입장벽이 사라진 나라들에서 뚜렷하다고 한다.
통계는 과학을 빙자한 미신이라는 말도 있지만, 국제기구들이 이처럼 상반된 예측을 내놓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논란거리의 이면에는 언제나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동원하는 정보가 있기 마련이다. 한쪽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앞서, 근거로 제시된 정보의 진실성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21세기 핵산업 시장의 기상은 과연 겨울인가 봄인가?
구미사회에서 신규 핵발전소를 건설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미국에서는 핵발전소 건설이 30년 동안 중단되어 있는 상태다. 독일 영국 네덜란드에서도 22년간 핵발전소를 새로 짓는 일은 없었다. 이미 오래전 핵에너지 탈피를 결정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폴란드에서도 핵에너지 부활을 검토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핵에너지 메카’라는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예외가 있다면 최근 핵발전소 1기를 건설하기로 한 핀란드가 유일하다.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던 스웨덴의 경우는 특별한 편이다.1980년 국민투표로 핵에너지 탈피를 결정한 이래 법률 제정에만 17년이 걸렸다. 야당과 핵산업의 집요한 뒤집기 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1999년에는 최초로 ‘바세백’핵발전소가 폐쇄됐다. 한때 찬핵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진다는 소식이 있었지만, 작년 11월 정권교체로 다시 핵에너지 탈피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가 핵산업 르네상스의 근거로 드는 27기의 신규 핵발전소 중 14기는 첫삽을 뜬 지 17년에서 29년이 지난 것들이다. 절반 이상이 터만 잡아놓은 상태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북한에 건설하려던 2기의 원자로까지 포함하면, 완공을 기약할 수 없는 핵발전소는 총 16기로 늘어난다. 핵발전소를 실제로 짓고 있는 곳은 인도 일본 중국 대만 그리고 우리나라뿐이다.
핵산업에 르네상스가 도래했다는 국제원자력기구의 주장이 옳지 않다는 사실은 스스로 만든 통계에서도 드러난다.1990년에는 총 83기의 핵발전소가 건설 중이었지만 1998년에는 36기로 감소했다. 현재 건설중인 핵발전소는 27기(대만 포함 29기)이며, 그나마 절반은 완공조차 기약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르네상스는커녕,‘장기불황’이라고 해야 어울리지 않겠는가.
정작 르네상스를 만끽하는 것은 태양력·풍력·소수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다.1993년 독일 전력산업계는 모든 언론매체를 광고로 도배한 적이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이 수십년 후에도 4%는 절대로 넘지 못하리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미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은 10%에 달한다. 최근 통과된 신재생에너지촉진법은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최소한 50%까지 확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도 무서울 정도다. 재작년 풍력에너지의 신장률이 46%에 달했으며, 곧 독일의 신재생에너지촉진법을 본떠 법률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2010년이면 중국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10%를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핵발전은 수명을 다한 에너지 낭비시대의 낡은 모델이다.” 독일 환경부장관 위르겐 트리틴이 체르노빌 참사 19주년을 맞아 한 연설문의 일부다. 미래는 에너지절약, 에너지효율, 신재생에너지의 확대에 달려 있는데, 핵발전이 이들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핵산업에 봄이 온다는 주장은 일부 찬핵론자들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이 사실을 우리 정부 당국자들도 알았으면 한다.
안병옥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OECD 산하기구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와는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현재 세계 에너지생산에서 약 8%를 차지하는 핵에너지가 2030년에는 5% 정도로 감소한다는 것이다. 근거는 수명을 다해 폐쇄를 앞둔 핵시설은 많은 반면,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놀랄 만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핵에너지 감소추세는 특히 전력산업 민영화로 진입장벽이 사라진 나라들에서 뚜렷하다고 한다.
통계는 과학을 빙자한 미신이라는 말도 있지만, 국제기구들이 이처럼 상반된 예측을 내놓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논란거리의 이면에는 언제나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동원하는 정보가 있기 마련이다. 한쪽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앞서, 근거로 제시된 정보의 진실성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21세기 핵산업 시장의 기상은 과연 겨울인가 봄인가?
구미사회에서 신규 핵발전소를 건설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미국에서는 핵발전소 건설이 30년 동안 중단되어 있는 상태다. 독일 영국 네덜란드에서도 22년간 핵발전소를 새로 짓는 일은 없었다. 이미 오래전 핵에너지 탈피를 결정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폴란드에서도 핵에너지 부활을 검토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핵에너지 메카’라는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예외가 있다면 최근 핵발전소 1기를 건설하기로 한 핀란드가 유일하다.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던 스웨덴의 경우는 특별한 편이다.1980년 국민투표로 핵에너지 탈피를 결정한 이래 법률 제정에만 17년이 걸렸다. 야당과 핵산업의 집요한 뒤집기 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1999년에는 최초로 ‘바세백’핵발전소가 폐쇄됐다. 한때 찬핵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진다는 소식이 있었지만, 작년 11월 정권교체로 다시 핵에너지 탈피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가 핵산업 르네상스의 근거로 드는 27기의 신규 핵발전소 중 14기는 첫삽을 뜬 지 17년에서 29년이 지난 것들이다. 절반 이상이 터만 잡아놓은 상태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북한에 건설하려던 2기의 원자로까지 포함하면, 완공을 기약할 수 없는 핵발전소는 총 16기로 늘어난다. 핵발전소를 실제로 짓고 있는 곳은 인도 일본 중국 대만 그리고 우리나라뿐이다.
핵산업에 르네상스가 도래했다는 국제원자력기구의 주장이 옳지 않다는 사실은 스스로 만든 통계에서도 드러난다.1990년에는 총 83기의 핵발전소가 건설 중이었지만 1998년에는 36기로 감소했다. 현재 건설중인 핵발전소는 27기(대만 포함 29기)이며, 그나마 절반은 완공조차 기약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르네상스는커녕,‘장기불황’이라고 해야 어울리지 않겠는가.
정작 르네상스를 만끽하는 것은 태양력·풍력·소수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다.1993년 독일 전력산업계는 모든 언론매체를 광고로 도배한 적이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이 수십년 후에도 4%는 절대로 넘지 못하리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미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은 10%에 달한다. 최근 통과된 신재생에너지촉진법은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최소한 50%까지 확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도 무서울 정도다. 재작년 풍력에너지의 신장률이 46%에 달했으며, 곧 독일의 신재생에너지촉진법을 본떠 법률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2010년이면 중국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10%를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핵발전은 수명을 다한 에너지 낭비시대의 낡은 모델이다.” 독일 환경부장관 위르겐 트리틴이 체르노빌 참사 19주년을 맞아 한 연설문의 일부다. 미래는 에너지절약, 에너지효율, 신재생에너지의 확대에 달려 있는데, 핵발전이 이들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핵산업에 봄이 온다는 주장은 일부 찬핵론자들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이 사실을 우리 정부 당국자들도 알았으면 한다.
안병옥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2005-05-1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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