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천사가족/육철수 논설위원

[길섶에서] 천사가족/육철수 논설위원

입력 2005-04-29 00:00
수정 2005-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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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대표인 B와는 26년째 의형제로 지내고 있는데, 얼마전 그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다. 내게도 천붕(天崩)에 버금가는 슬픔이었다. 돌이켜보니 대학시절 그의 집에 놀러다닌 이후 20 몇년이 넘도록 그 아버지를 찾아 뵙지 못했다. 병원 영안실에서 환하게 웃는 영정을 마주했을 때 죄스러움이란…. 아버지는 말이 어눌하고 거동이 불편하셨다. 가물가물한 기억 저편에서, 그 집에 갈 때마다 반갑게 맞아주시던 옛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은 B는 수학의 천재다. 그의 형은 장애인 교육계에서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사람이다.B의 동생은 언어장애가 있지만 두 딸의 아빠이고 직장생활도 잘하고 있다. 영안실에서 처음 본 B의 제수도 수화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마음의 상처가 깊었던 탓인지 몰라도 B의 부모형제는 심성이 너무 곱고, 형제애와 장애인 사랑이 남다른 ‘천사가족’이다.

B와 그의 형은 형제 중 자기들만 비장애라는 이유로 아버지와 동생부부에게 늘 미안해 하고, 하늘에 ‘빚’을 갚는 심정으로 살아가는 듯했다.B는 100억원을 모아 장애인시설을 짓는 게 꿈이다. 그의 소망 반의 반만이라도 어서 이루어졌으면….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5-04-29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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