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에] 의식의 잠에서 깨어나자/권도갑 원불교 도봉교당 주임 교무

[토요일 아침에] 의식의 잠에서 깨어나자/권도갑 원불교 도봉교당 주임 교무

입력 2005-04-02 00:00
수정 2005-04-02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많은 사람들이 지금 잠을 자고 있는 것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몸은 세상 속에 있으면서 의식은 꿈을 꾸고 있다. 그러면서 이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늘 상처받으며 괴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깨어나야 한다. 왜냐하면 세상은 이미 눈을 떠서 열린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원불교의 경전인 대종경 전망품에는 ‘지금 날이 밝은 줄 모르고 깊이 자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얼음 속에서 씨를 뿌리는 사람, 겨울에 여름옷을 입은 사람이 있어서 이들은 때를 모르고 사업을 하니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라고 비유하여 말씀하셨다.

다행히 나는 스스로의 마음을 먹을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다른 사람이 내 마음을 대신 먹게 할 수가 없다.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마음은 자신만이 자기를 지배하고 지배당한다. 사람들은 ‘상대가 나를 괴롭힌다. 그가 나를 상처 주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나를 아프게 하지 말라. 스트레스 주지 마. 속상하게 하지 말라.’고 요구한다.

이들은 모두가 의식의 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그 누구도 나를 상처 줄 수가 없다. 오직 한 사람 나 자신만이 나를 괴롭히고 아프게 할 뿐이다.

그런데 이 사실을 외면하고 다른 사람을 탓하며 마음의 아픔을 계속 쌓아가고 있다. 자신을 명료하게 살피면 내가 스스로 내 마음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이를 깨닫는다면 전혀 다른 차원의 삶을 경험하고 느끼게 된다.

예를 들면 누가 나를 무시하고 비난할 때에 그가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생각을 믿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나는 전혀 감정의 상처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믿고 수용하면 속이 상하고 짜증이 나는 것이다.

이처럼 다른 사람은 나를 괴롭힐 수가 없다. 많은 이들이 이 사실에 대해서 저항하며 냉소를 보낸다. 조용히 살펴보면 누가 나를 무시할 때 정확히 그가 나를 통해 본 그의 모습을 보고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를 통해 자신을 보게 되면 깨어날 수가 있는 것이다. 상대는 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지금 내가 보는 것을 실재라고 믿는 것은 어리석음이며, 착각일 뿐이다.

현실 상황은 언제나 나를 일깨워주는 고마운 거울이다. 이를 깊이 성찰한다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이는 바로 그를 통해 본 나를 미워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내가 나를 미워하고 있는 것이다.

결혼한 지 25년이 된 어떤 부인이 “이제 더는 못 살겠어요. 남편 곁을 떠나야겠어요. 너무 힘이 들어요.”하며 하소연하였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 “남편이 나를 인정하지 않으며, 친정 식구들을 무시하고, 자신에 대해서 무관심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짜증내거나 잔소리하면 한동안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이 쌓이고 쌓여서 이제는 아주 사소한 일에도 화가 나며 지나온 삶이 억울하다고 하였다. 부인은 이처럼 깊은 마음의 아픔을 겪으며, 마침내 이혼을 생각하고 있었다. 정확히 살펴보면 남편은 아내를 통해 자신을 바라보며 무시하고 못마땅해 하고 있다. 그리고 아내는 남편을 통해 자신을 비추어 보고는 속상해 하며 답답해한다. 알고 보면 누구도 상대가 자신을 괴롭힌 적이 없는 것이다.

때문에 깨달은 분들이 한결같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며, 미워하면 바로 나를 미워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상대를 무시하고 경멸하면 이는 곧 나를 무시하는 것이 되며, 결국은 내가 상처를 받게 된다. 만약에 나를 살피지 못하면 언제나 남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끊임없는 고통을 받는다.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증오할 때 마음속에서는 자신이 자기를 주먹으로 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그리하여 몸속의 여기저기에 피멍이 들고 심한 상처를 얻게 된다. 마음이 잠들어 꿈속에 빠져있지 않다면 어떻게 두 눈을 뜨고서 스스로 자신을 학대하고 괴롭힐 수가 있겠는가?

지금은 모든 것이 밝게 드러나는 시대이다. 이제 마음을 잘 살피어서 의식의 잠에서 깨어나자. 그리하여 좋은 마음을 먹고 만나는 인연들과 서로 화합하며 여한 없이 인생을 즐겨야 할 때이다.

권도갑 원불교 도봉교당 주임 교무
2005-04-02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불장인 국내증시에서 여러분의 투자성적은 어떤가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5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5% 안팎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여러분의 수익률은 어떤가요?
1. 수익을 봤다.
2. 손해를 봤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