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봄바람/김경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봄바람/김경홍 논설위원

입력 2005-03-16 00:00
수정 2005-03-16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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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난방 속에서만 지내다 보니 아파트나 사무실에만 들어서면 계절에 대해서는 무감각해 진다. 사무실에 들어서 겉옷만 벗고 나면 겨울인지 봄인지 알 수가 없다. 집에서도 남의 눈만 없다면 훌러덩 벗고 속옷바람으로 설친다. 너나 할 것 없이 내복이야 산행이나 야외로 나갈 때만 챙기게 된다.

3월이 한참 지났고, 햇살도 점차 눈부시게 변해간다. 곧 꽃 소식도 들려올 것이다. 갑자기 사무실이나 아파트에 있는 난이나 화초들은 봄을 어떻게 맞을까 궁금해져서 들여다보았다. 몇몇 화분에는 조그마한 새싹들이 어느새 고개를 쏙쏙 내밀고 있었다.

이 화초들은 봄기운과 땅냄새, 몸을 간지럽히는 햇살과 바람이 무언지도 모르고 살아왔다. 종일 형광불빛 아래서, 일년이래야 냉방과 난방의 교차밖에는 느낄 게 없었으면서도 새싹이라니.

도대체 봄이 됐다는 걸 알면서 싹을 틔우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반복적으로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것일까. 어쨌든 살아있다는 증거들은 애처로움과 고마움을 함께 느끼게 한다. 가끔씩 창문을 활짝 열고 말 못하는 화초들도 바깥 세상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게 해야겠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seoul.co.kr

2005-03-1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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