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혈우병/육철수 논설위원

[씨줄날줄] 혈우병/육철수 논설위원

입력 2005-02-21 00:00
수정 2005-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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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으로 인한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갈수록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연간 보험급여를 15조원(2003년 기준)이나 지출한다. 본인부담률이 평균 56%니까 나라 전체로는 한해에 병원·진료비만 30조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환자가 생산활동에 종사하지 못함으로써 잃는 비용까지 따지면 국가적 손실은 더 엄청날 것이다. 암·간·뇌혈관·심장·당뇨 등 5대 질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만 연간 16조원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국민이 75세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 1인당 평생 들어가는 치료비가 4300만원이라는 통계도 나와 있고 보면 질병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비용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최근 서울의 어느 대학병원이 혈우병 환자 1명을 석달간 치료하고 18억 7000여만원의 보험급여를 청구해 놀라게 한다. 다행히 치료받은 환자는 본인부담상한제 덕분에 1000만원만 냈다지만 상상을 초월한 치료비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2년 전에도 당시 3살짜리 어린이가 40일간 치료받았는데,10억원이 청구된 적이 있다. 병도 병이지만 치료비가 이렇게 비싸다면 생명보호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

혈우병 치료비가 이렇게 비싼 것은 1회 혈액응고 인자를 투여하는데 무려 640만원이나 되기 때문이란다. 집중 치료기간에는 2∼3시간마다 투여한다니 하루에만 4000만∼5000만원이나 든다. 현대 의약기술로 약값을 얼마든지 낮출 수 있을 텐데 아직은 어려운 모양이다.

혈우병은 혈액응고장애로 지혈이 잘 안되는 질병으로 유전학상 남성에게 나타난다. 국내에는 1700명이 이 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모두 치료해주려면 1인당 10억원을 잡아도 1조 7000억원이나 필요하다. 연간 우리나라 사회복지예산(37조원)의 4.6%나 되고 현대자동차의 지난해 순익(1조 7493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3년 병수발에 효자 없다고 했는데, 이 정도면 이미 개인이나 한 가정의 경제력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국가적 종합지원 프로그램이라도 빨리 만들었으면 싶은데 이 역시 쉽지 않아 더욱 안타깝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이 새삼 소중하게 다가온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5-02-2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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