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편 지/이호준 인터넷부장

[길섶에서] 편 지/이호준 인터넷부장

입력 2005-02-18 00:00
수정 2005-02-18 07:3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눈길이 저절로 멈춰진다. 소녀티를 갓 벗은 듯한 아가씨 하나가 길 옆의 우체통에 하얀 봉투를 집어넣는다. 모처럼 본 편지를 보내는 광경이, 길에서 예기치 않게 옛 친구를 만난 것만큼이나 반갑고 새삼스럽다. 그러고 보니 편지를 써본 지가 언젠지 아득하다. 아니, 우체통의 존재마저 잊어버리고 살았다. 우표 한 장에 얼마나 하는지도 모른다.

편지. 젊은 날의 추억을 아무리 헤집어 봐도 그만큼 마음을 설레게 했던 이름은 없다. 전화가 발달하고, 이메일이 등장하면서 편지를 쓸 일이 없어졌다고 흔히들 말한다. 따지고 보면 문명의 이기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사이 설렘과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셈이다.

일전에 은퇴 후의 삶을 조금씩 준비하고 있다는 선배 한 분이 선언하듯 말했다.

“고향에 내려가 살게 되면 내가 아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편지를 쓸 거야. 특별히 할 얘기야 있겠나. 날 잊지 않도록 사는 소식이나 전하는 거지.”

그 말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훈훈해진다. 산과 들과 내, 그 곳에 등을 대거나 뿌리를 내리고 사는 생명들의 이야기가 벌써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이호준 인터넷부장 sagang@seoul.co.kr
2005-02-18 3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