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마지막날,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선언했다. 엄청난 일이 벌어졌을 때 우리는 “핵폭탄이 터졌다.”고 말한다. 그런 핵무기를 북한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말 그대로 핵폭탄이다. 그런데도 정부나 국민 가운데 심각하게 걱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가지고 있다고 해도 개의치 않겠다는 뜻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김경홍 논설위원 김경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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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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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소집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는 “북핵은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부가 언제 북핵을 용인한 적이 있는가? 불안감을 조성하며 호들갑을 떨자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반기문 외교부장관은 거듭 “새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틀림없이 새로운 상황이다.
우리가 핵에 대해 모르고 있거나, 무감각해진 것은 아닌가. 그것이 북한 핵무기든, 미국이나 중국의 핵무기든, 나아가 일본의 핵무장 능력까지도…. 비핵화 선언만으로 우리가 핵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은 근시적이고 유치하다. 북한이 핵무기가 있다고 선언한 마당에는 더욱 그렇다. 이를 빌미로 일본이 핵무장에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 정부가 짐작했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상황이기는 마찬가지다. 정부가 수년째 강조하고 있는 북핵의 평화적 해결이나,6자회담을 통한 다자간 합의라는 원칙은 새로운 상황까지 대비한 것인지 모호하다. 또 노무현 정부가 강조한 ‘주도적 역할’도 우리만의 생각이거나 피상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주도적 역할을 하려면 알아야 할 것이 많다. 북한의 속셈은 뭔가, 미국의 대북 압박전략의 목적지는 어딘가. 중국과 일본, 러시아는 어떻게 나올까.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핵문제를 다룬다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등등.
이 모든 것을 예측한다고 하더라도 고려해야 할 변수들은 더 많다. 통일문제나 현재의 남북관계를 고려해야 하고, 한·미동맹이라는 변수는 더 복잡해져 가고 있다. 일이 터진 뒤에야 허겁지겁해서는 안 된다.
정치를 언급하고 싶지는 않지만 열린우리당은 “북한의 진의 파악과 함께,6자회담 복귀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나섰고,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너나없이 입만 열었다 하면 북한을 방문하겠다, 남북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던 정치권이 겨우 이런 소리밖에 못 하는가. 북한과 미국이 잠잠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또 조용해질 것이다.
북한 외무성은 공식적으로 핵무기가 있다고 했다.6자회담에도 나오지 않겠다고 했다. 이전 얘기는 소용에 닿지 않는다. 핵무기가 있니 없니 하는 논란도 부질없다.‘협상전략’이니 뭐니 하는 분석도 무기력만 부추길 뿐이다. 이제 핵무기의 존재를 인정하고 대처해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는 운반수단인 미사일의 성능으로 볼 때 미국 본토로 날아가기는 불가능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날린다면 대상지역은 남한 전체와 일본, 중국, 러시아 일부지역이 될 것이다.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결국 남한이나 일본의 미군주둔지역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머리 위에 핵무기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지금이나 앞으로의 전개과정에서 한반도가 전화에 휩싸이거나, 휘말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국가가 파괴된다면 민족도 통일도 무망하다. 아무런 힘도 없으면서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다가 한반도를 전장으로 내주고 나라마저 빼앗긴 게 겨우 100년 전의 일이다. 항상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수단과 방법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 위험을 위험으로 보지 않는 것이 가장 위험한 것이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seoul.co.kr
2005-02-1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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