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국이 거듭나야 세계평화 온다/김동규 고려대 명예교수·명예논설 위원

[기고] 미국이 거듭나야 세계평화 온다/김동규 고려대 명예교수·명예논설 위원

입력 2005-02-04 00:00
수정 2005-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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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일 새해 국정연설에서 전 세계의 폭정과 테러를 종식시키고 자유를 전 세계에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시 한번 미국의 세계화와 세계의 미국화 시대임을 선언한 것이다. 미국은 20세기 세계사의 큰 축 가운데 하나였던 소비에트 연방의 갑작스러운 붕괴 이후 21세기 들어 세계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이제 미국의 대외정책은 곧 세계 각국의 정치와 경제는 물론 문화에까지도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명실공히 세계사의 주역국가로서의 막대한 권한과 영광을 가지려면 그에 따르는 중대한 의무와 책임도 져야만 한다. 여기서 세계정부로서의 미국의 책임과 의무라는 것은 자국의 이익보다는 세계시민을 배려하고 이질적인 문화간의 대립이나 갈등을, 전쟁보다는 조화와 화합으로써 평화적으로 공존시키려는 노력인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미국의 일련의 대외정책과 세계화의 과정을 볼 때 많은 문제점을 느끼게 한다.

우선 지난번의 9·11사태에 대한 대처방식에 있어서도, 물론 폭력에 대한 분노는 당사자의 심정에서는 당연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에는 이로’라는 대응방식은 적어도 대국으로서의 올바른 선택이 아닌 것이다.

그때 만일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의 테러집단에 대하여 ‘지금까지의 모든 일들은 용서하지만 앞으로 만일 한번만 더 이런 일을 감행할 때는 가차없이 보복하겠다.’고 했다면 아마 지금과 같은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있는 이라크 전쟁은 없었을 것이고 오히려 세계 각국으로부터도 역시 대국다운 미국이라고 평가되면서 존경을 받았을 것으로 믿는다.

그동안의 세계사는 전제 군주주의(Autocracy=A)에서 관료중심주의(Bureaucracy=B)로, 다시 공산주의(Communism=C)와 자본주의(Capitalism=C)에서 민주주의(Democracy=D)로 A→B→C→D의 길을 걸어왔으나 이제부터는 덕치주의(Ethicracy=E)와 환경주의(Environmentalism=E)가 더불어 요구되는 시대인 것이다. 이러한 기준에서도 그동안의 미국의 정책기조는 잘못된 길을 선택하고 있는 듯하다.

덕치주의에는 세계적 보편가치 즉, 자유와 평화, 그리고 인권 등의 개념과 함께 생태중심주의가 포함된다. 그리고 약자에 대한 강자의 포용성이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평화의 명목으로 전쟁을 택했고 따라서 인권의 최악인 살상을 할 수밖에 없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또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지구생태계 파괴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규제하자는 ‘교토의정서’의 서명을 끝까지 거부하는 환경정책으로 후진국들보다 못한 부도덕성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서 온실가스 배출량의 23.5%라는 최고수치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국내산업의 보호라는 이기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다.

앞으로 미국이 세계 각국이 존경하고 따르는 국가가 되려면 적어도 다음과 같은 기본의무를 지켜야만 할 것이다. 우선 자국이익의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지구가족의 위치에서 이타주의적인 대외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러지 않고 이기적인 세계화의 길을 걷는다면 제2의 9·11사태의 위험에서 항상 불안한 미래를 살아 가야만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각국의 문화가치를 인정하고 조화와 공존의 역사를 만드는 가운데서 자유와 인권과 같은 보편가치의 실현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인류 멸종의 위기로까지 치닫고 있는 지구생태계 파괴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미국이 탄생하는 날, 세계인은 미국의 영광을 축복해 줄 것이며 평화의 세계사가 창조될 것이다.

김동규 고려대 명예교수·명예논설 위원
2005-02-0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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