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것은 비루한 근성이다.
마음만 먹으면 훌쩍 비행기를 타고 세계 곳곳을 누빌 수 있는 세상이 된 지는 오래다. 외국여행에서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를 갔을 때 움츠러들었던 심정이나,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를 갔을 때 다소 우쭐대고 싶은 심정을 가졌던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세계화나 해외여행 자유화는 새삼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값진 기회가 된다.
세계속의 한국인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의 모습이나 태도에서 부끄러울 것이 없다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부끄러운 모습이라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
새삼스럽게 등장한 얘기는 아니지만 ‘어글리 코리언’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한 방송의 해외르포에서 낯 뜨거운 모습을 목격했다. 동남아 국가의 한 골프장에서 캐디를 구타한 한국인, 술집에서 접대부에게 인간 이하의 요구나 행패를 부리는 한국인, 살아있는 곰의 쓸개에 호스를 꽂는 한국인 등등.
일부 관광객들의 일탈행위에 불과한 것일까. 베트남의 버려진 현지처와 신(新)라이따이한 어린이들, 한국의 사기꾼들에게 물건 값을 사기당해 거리에 나앉은 중국 상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것이 한국인의 모습이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어봤자 어느날 갑자기 꾸며댄 이야기는 아니지 않은가.
해외 추태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국인과 국제결혼해 들어온 동남아 여성들의 인권침해 사례도 한두건이 아니다. 최근에는 유독성 환경에서 일하다 ‘앉은뱅이 병’에 걸린 태국 여성근로자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태국 여성부 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몸과 마음이 망가진 자기나라 여성들을 위로하는 심정은 어땠을까.
필리핀 당국이 최근 ‘한국인 경계령’을 내렸다고 한다. 부끄러운 일이다. 과거 우리의 이민시절, 우리의 해외동포나 해외취업근로자가 겪었던 슬픔을 생각한다면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했다. 국적이 어디든간에 지금 내가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은 남도 마찬가지다. 주변국에 짓밟히고 살았던 기억이 도대체 얼마나 됐다고 이런 추태를 보이는가. 쥐뿔도 없으면서 졸부처럼 구는 것은 오히려 ‘한국인 콤플렉스’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김경홍 논설위원 honk@seoul.co.kr
마음만 먹으면 훌쩍 비행기를 타고 세계 곳곳을 누빌 수 있는 세상이 된 지는 오래다. 외국여행에서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를 갔을 때 움츠러들었던 심정이나,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를 갔을 때 다소 우쭐대고 싶은 심정을 가졌던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세계화나 해외여행 자유화는 새삼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값진 기회가 된다.
세계속의 한국인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의 모습이나 태도에서 부끄러울 것이 없다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부끄러운 모습이라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
새삼스럽게 등장한 얘기는 아니지만 ‘어글리 코리언’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한 방송의 해외르포에서 낯 뜨거운 모습을 목격했다. 동남아 국가의 한 골프장에서 캐디를 구타한 한국인, 술집에서 접대부에게 인간 이하의 요구나 행패를 부리는 한국인, 살아있는 곰의 쓸개에 호스를 꽂는 한국인 등등.
일부 관광객들의 일탈행위에 불과한 것일까. 베트남의 버려진 현지처와 신(新)라이따이한 어린이들, 한국의 사기꾼들에게 물건 값을 사기당해 거리에 나앉은 중국 상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것이 한국인의 모습이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어봤자 어느날 갑자기 꾸며댄 이야기는 아니지 않은가.
해외 추태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국인과 국제결혼해 들어온 동남아 여성들의 인권침해 사례도 한두건이 아니다. 최근에는 유독성 환경에서 일하다 ‘앉은뱅이 병’에 걸린 태국 여성근로자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태국 여성부 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몸과 마음이 망가진 자기나라 여성들을 위로하는 심정은 어땠을까.
필리핀 당국이 최근 ‘한국인 경계령’을 내렸다고 한다. 부끄러운 일이다. 과거 우리의 이민시절, 우리의 해외동포나 해외취업근로자가 겪었던 슬픔을 생각한다면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했다. 국적이 어디든간에 지금 내가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은 남도 마찬가지다. 주변국에 짓밟히고 살았던 기억이 도대체 얼마나 됐다고 이런 추태를 보이는가. 쥐뿔도 없으면서 졸부처럼 구는 것은 오히려 ‘한국인 콤플렉스’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김경홍 논설위원 honk@seoul.co.kr
2005-01-2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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