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일 함께 ‘과거 상처’ 치유해야/김창록 부산대 법학 교수

[기고] 한·일 함께 ‘과거 상처’ 치유해야/김창록 부산대 법학 교수

입력 2005-01-18 00:00
수정 2005-01-18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한국 정부가 한·일협정 관련문서의 일부를 공개했다. 협정 체결 40주년을 맞는 해에 이루어진 일이니, 실로 ‘때늦은 고백’인 셈이다.

직접적인 계기는, 일제 강점 피해자들이 정부측을 상대로 문서의 공개를 요구한 소송에서 승소한 것이다. 하지만, 문서 공개에 당연히 뒤따르게 될 여러 가지 파장을 생각하면,‘이제는 정리할 필요가 있다.’라는 정부측의 판단도 작용한 결과로 보이며, 그 점에서는 환영할 만한 조치라고 할 것이다.

이번의 문서 공개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쟁점은, 한국인 피해자 개인의 권리가 어떻게 처리되었는가라는 것이다. 공개된 문서에서 특별히 주목되는 것은, 한국 정부가 “개인 청구권 보유자에게 보상의무를 지게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부분이다.

한국 정부는 한국인 개인의 권리에 대해 “일본으로부터의 보상 금액 중에서 합리적인 방법으로 보상조치를 강구해 주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다만, 한국 정부의 이러한 인식은 주로 저축이나 보험 등 협정상의 ‘재산, 권리 및 이익’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한 것이었으며, 현재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등과 관련된 협정상의 ‘청구권’에 해당하는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하지만 어쨌든 전체적으로 볼 때 한국 정부가 개인 보상에 대해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은 거의 분명해졌다.

한편 일본 정부는, 청구권 자금의 명목을 오로지 ‘경제협력’에 묶어두려는 입장을 시종 고수했으며, 한국 정부의 청구권자금 운용에 관해 세세하게 간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보상의 문제는 거의 완전히 방치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 점에서, 이번에 공개된 문서로 인해 일본 정부가 면책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일본 정부가 1990년대를 통해 ‘한국인 개인의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는 사실을 함께 고려하면, 일본 정부의 입장이 정확하게 무엇이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일본측의 관련 자료 공개가 필수적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번의 한국측 문서 공개를 통해 확인되는 것은, 한국인 피해자의 귄리 구제에 대해 한·일 양국 정부 모두가 책임이 있으며, 한국 정부의 책임이 보다 무겁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피해자들의 소송이 잇따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일본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진행 중인 소송에서 피해자들이 승소할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것이다.

하지만, 소송은 그 자체가 매우 중요한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통한 문제 해결의 가능성은 원래 그다지 크지 않다.60년 가까운 긴 세월이 지난 과거의 문제인 까닭에, 피해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고, 소멸시효 등의 법적 장벽도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일 양국 정부가 ‘피고’의 입장에서 고령의 피해자들과 다투는 소극적인 모습을 벗어던지고, 반세기 넘게 방치해 온 과거의 아픈 상처를 적극적으로 어루만지는 자세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요청된다. 한·일 양국 정부는, 관련 자료의 전면 공개를 통해 1965년의 ‘애매한 봉합’의 전모를 밝히고, 피해자들이 한사람이라도 더 많이 살아있는 동안에 ‘지체된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우선 피해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할 것이며, 나아가 한·일협정의 개정 혹은 재체결과 북·일교섭의 바람직한 방향까지 시야에 넣어 한반도와 일본 사이의 ‘과거사’ 문제를 총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노력이 뒷받침될 때,‘과거의 공개’는 단지 과거의 잘못을 드러내는 데 머물지 않고, 바람직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한 소중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창록 부산대 법학 교수
2005-01-18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불장인 국내증시에서 여러분의 투자성적은 어떤가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5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5% 안팎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여러분의 수익률은 어떤가요?
1. 수익을 봤다.
2. 손해를 봤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