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고무신 생각나십니까? 추운 밤, 새도록 댓돌 위에 놓였던 검정 고무신. 이른 아침 맨발로 그걸 꿸라치면 섬뜩한 냉기가 등골을 타고 올라 부르르 온 몸을 떨곤 했습니다. 그러나 밤새 새우등 하고 방광을 부풀린 탓에 더는 버티지 못하고 한기에 닭살 돋은 볼을 비비며 부리나케 측간으로 줄달음쳐야 했습니다.
그 바람에 서릿발 허연 마당에 노루목처럼 발자국 하나 새로 생기고 그 뒤를 바지런한 ‘쫑’이 껑충거리며 따릅니다.‘쫑’이는 용무 중에도 측간 앞에 우두커니 앉아 나와 눈을 맞추곤 했는데, 이 축생 하나가 아직 어둠이 남은 이른 새벽의 두려움을 덜어줘 얼마나 든든했던지요.
그 새 어머니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계십니다. 향긋한 솔연기를 타고 밥냄새가 퍼져날 무렵, 어머니는 댓돌의 고무신을 부뚜막에 얹어 덥히곤 하셨습니다.“이렇게 신으면 얼마나 뜨뜻하겄냐.”시며 겨우내 신발을 덥혀 주곤 하셨습니다. 지금이야 그렇게 정 쏟을 세상도 아닌지, 새벽녘 애들 잠자리로 슬몃 끼어들었다가 “아빤 맨날 잠만 깨운다.”는 투정에 그만 머쓱해지고 맙니다. 서울에도 서리가 내린 겨울 어느 이른 아침.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그 바람에 서릿발 허연 마당에 노루목처럼 발자국 하나 새로 생기고 그 뒤를 바지런한 ‘쫑’이 껑충거리며 따릅니다.‘쫑’이는 용무 중에도 측간 앞에 우두커니 앉아 나와 눈을 맞추곤 했는데, 이 축생 하나가 아직 어둠이 남은 이른 새벽의 두려움을 덜어줘 얼마나 든든했던지요.
그 새 어머니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계십니다. 향긋한 솔연기를 타고 밥냄새가 퍼져날 무렵, 어머니는 댓돌의 고무신을 부뚜막에 얹어 덥히곤 하셨습니다.“이렇게 신으면 얼마나 뜨뜻하겄냐.”시며 겨우내 신발을 덥혀 주곤 하셨습니다. 지금이야 그렇게 정 쏟을 세상도 아닌지, 새벽녘 애들 잠자리로 슬몃 끼어들었다가 “아빤 맨날 잠만 깨운다.”는 투정에 그만 머쓱해지고 맙니다. 서울에도 서리가 내린 겨울 어느 이른 아침.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2004-12-2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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