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女風

[씨줄날줄] 女風

입력 2004-12-27 00:00
수정 2004-12-27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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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보면 아내의 위세에 눌려 가정에서 평생 기를 못펴고 산 역사상 위인들이 많다. 소크라테스가 대표적이며 공자·모차르트·링컨·톨스토이도 그런 부류다. 공자는 아내에게 얼마나 시달렸으면 논어에 이런 불평을 남겼겠는가.“가까이 하면 불손하고, 멀리 하면 원망하기 때문에, 세상에 다루기 어려운 것이 여자다(近之不遜 遠之則怨 女人難養).” 남존(男尊)시대였기에 망정이지 지금 같았으면 망언으로 몰려 큰 욕을 봤을 터이다.

어쨌거나 후대의 호사가들은 이들이 억센 아내의 그늘을 벗어나기 위해 자기 일에 몰입한 결과 대업적을 이룰 수 있었다는, 제법 그럴 듯한 해설까지 곁들인다. 인류역사가 일부 모계사회를 제외하고 대대로 남성중심 사회였음에도 여성은 그 배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능력이 출중해도 성차별로 인해 역사와 사회의 전면에 나설 기회를 얻지 못했을 뿐이다.

지난 주말 제46회 사법시험 최종합격자가 발표됐는데, 여성이 수석을 차지해 올해 8개 주요 국가고시에서 여성이 수석을 싹쓸이했다.‘여풍(女風)’이란 말이 나올 만도 하다. 각종 입사시험에서도 여성이 상위권을 휩쓰는 것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요즘이다.

나라 밖도 만만치 않다. 영국 여왕이 건재하고 할로넨(핀란드)·아로요(필리핀) 등 여성대통령 6명이 활약 중인 가운데 칠레에서도 내년 대선에서 최초의 여성대통령 탄생이 유력하다는 소식이다. 총리와 대법원장이 여성인 뉴질랜드에서는 최근 의회의장도 여성이 차지해 3부를 장악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96세 할머니가 조그만 도시의 시장으로 재선돼 세상을 놀라게 했고, 뉴욕 타임스사에는 여성CEO가 등장했다.

시대가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여풍’이란 말도 이젠 적절치 않은 표현이다. 장관자리 수십개를 남성이 차지하고 각계각층에 남성이 절대다수를 점해도 ‘남풍(男風)’이란 말은 쓰지 않는다.‘여풍’도 남성중심적 고정관념의 소산임에 다름 아니다. 남녀평등을 부르짖으면서 굳이 구별하려는 구시대적 사고야말로 박물관행 감이다. 자신만의 능력과 커리어로 국가·사회의 중심으로 당당히 나서는 여성들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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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4-12-2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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