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아가씨 제비’/김용수 공공정책부 차장

[길섶에서] ‘아가씨 제비’/김용수 공공정책부 차장

입력 2004-12-10 00:00
수정 2004-12-10 08:1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서울 무교동 빌딩 숲에 한 허름한 수제비집이 있습니다. 이 집은 주로 수제비와 칼국수를 냅니다. 조개로 맛을 낸 국물이 시원해서 많은 직장인들이 찾습니다.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찾아오는 주당들도 많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겨우 차례가 돌아오기도 합니다.

이 집 종업원들은 메뉴를 줄여서 간단하게 부릅니다. 칼국수는 ‘칼’이고 수제비는 ‘제비’입니다. 그래서 손님이 수제비 일인분과 칼국수 이인분을 시키면 종업원들은 주방에 대고 ‘제비 하나, 칼 둘’하고 외칩니다. 제비도 먹고 칼도 먹고, 여하튼 재밌습니다.

더 재밌는 것도 있습니다. 여자 손님이 수제비를 시키면 ‘아가씨 제비’라고 외치며 주문을 냅니다. 아가씨가 먹을 수제비이니 양을 조금만 담으라는 뜻입니다. 여성들은 양이 적으니까, 아예 적게 담아 음식물을 남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입니다.‘아가씨 제비’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이 집 주인의 남다른 고민의 산물입니다.

카바레에서 유한마담을 후리기 위해 고민하는 ‘제비’도 있지만 이처럼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고민하는 ‘아가씨 제비’도 있습니다.

김용수 공공정책부 차장 dragon@seoul.co.kr

2004-12-10 3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