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공노 투쟁방식 바꿔야/신호창 서강대 광고PR학과 교수

[기고] 전공노 투쟁방식 바꿔야/신호창 서강대 광고PR학과 교수

입력 2004-11-16 00:00
수정 2004-11-16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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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의 대정부 투쟁이 끝내 파업으로 이어졌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전공노와 타협하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정부의 자세도 아쉽지만, 현재는 전공노에 더욱 아쉬움을 느낀다.

모럴 해저드가 심각한 한국의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모럴 해저드 즉 ‘도덕적 해이’는 법과 제도의 의미를 무시한 이익추구, 자기책임의 방기, 집단이기주의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파벌싸움을 일삼고, 정권은 정권대로 국민과 야당을 설득하는 대신 일방적 추진을 감행한다. 그러나 책임을 지겠다는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치불안과 연결된 경제 위기에 놓여 있다. 장기불황을 겪었던 일본형 경제위기가 아니라 회복이 어려운 남미형 경제위기에 가깝다. 한국보다 잘 살았던 남미 국가들도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경제적 위기에 허덕였는데, 지금 한국의 상황에서 불안한 정국을 전공노가 더욱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물론 경제적 이유로 모든 노동운동을 비판할 수는 없다. 문제는 ‘공무원’이라는 신분 때문이다. 혼란스러운 시기에 버팀목이 돼야 할 공무원들이 책임을 방기하면서까지 자기목소리를 내는 것이 지금 적절한 것인가. 민주화 과정에서 수단과 관계없이 목적이 정의로우면 괜찮다고 용인되어 왔으나 현재 전공노의 파업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

프랑스에서는 공무원노조 파업을 국민들이 참고 이해해준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럴 여유가 없다. 프랑스 국민들 대다수는 공무원보다 잘사는 계층이지만, 우리나라는 공무원보다 못사는 사람, 불안정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런데 공무원들이 책임보다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내면 받아들여질 수 있겠는가.

서울지하철과 LG정유 파업 이후 노동운동의 유연화가 요구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과 같은 국가적 과제도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따르는 만큼 우리 사회는 법의 준수를 바란다. 법으로 허용되지 않는 파업을 하는 것을 국민들이 이해해주겠는가. 불법은 불법이다.

의약분업 때 국민들이 의사들의 집단휴업을 비난한 것은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기대와 믿음 때문이었다. 그들이 선택한 방법 치고는 너무 과격하거나 비전략적이었다. 전교조 역시 과격한 방식으로 투쟁을 전개해 비전교조 교사들 및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못했다. 이들의 주장과 활동 방향은 현재도 옳지만, 국민의 지지가 약해 교육개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국민들은 전공노가 과격하지 않게 전략적으로 국민과 정부를 설득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공무원은 국민들의 법 준수를 외치는 사람들이므로 보다 신중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전공노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투쟁방식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이미 정부는 노동 3권 중 2가지를 인정했으며, 현재 쟁점이 되는 것은 단체행동권이다. 그러나 국민을 볼모로 한 총파업과 같은 단체행동으로 거리에 나선다면, 설령 단체행동권을 확보하더라도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전공노가 진정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노동 3권을 확보하고 공직사회개혁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10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정부에 대응해야 한다.

신호창 서강대 광고PR학과 교수
2004-11-1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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