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한국을 이해하고 싶지않은 사람들/임춘웅 언론인

[열린세상] 한국을 이해하고 싶지않은 사람들/임춘웅 언론인

입력 2004-11-12 00:00
수정 2004-11-12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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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7일자 이 난에 모 대학 교수가 ‘한국은 이해하기 힘든 나라’라는 글을 썼다. 사람들은 때때로 남의 눈을 통해 자기를 재발견하게 되는데 외국인들이 한국을 이해하지 못하는 몇가지 사례를 들어 주었다. 그런데 그 교수가 지적한 것들은 외국인뿐 아니라 한국인중에도 이해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아 이 글을 쓴다.

외국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첫번째는 한국인이 이라크전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반미적이라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반미적이라는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한 여론조사 결과가 그렇다는 것인데 어떤 여론조사인지 적시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다. 한국은 이라크에 미국 영국 다음으로 많은 수의 파병을 했고 그것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파병한 것이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반미적”이란 근거가 빈약하다.

한국에서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서 심한 반대가 있었고 아직도 이라크전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지식인들이 적지 않다. 미국에서도 이라크전을 두고 반반이 갈려 있는데 한국에서 반대자가 없을 리 없고 명백한 침략전쟁을 비판하는 여론마저 없다면 그런 나라는 죽은 나라일 것이다.

두번째로는 한국인들이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비교적 태평하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문제는 미국이 제기했다. 그런데 한국사람들이 태평하다면 그것은 미국이 한국사람들에게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북한의 핵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증거를 제시한 일이 없다.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인지 핵개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것인지도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

필요가 있을 때 불쑥불쑥 북한이 핵폭탄 4∼5개를 갖고 있다고 했다가, 또 어떤 때는 7∼8개를 갖고 있다고 한다. 어느 경우든 한국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증거를 제시해주어야 한다. 북한이 핵폭탄을 이미 갖고 있다면 그 연료가 되는 플루토늄이나 농축우라늄이 왜 새삼 문제가 되는지도 의문이다.

세번째는 북한의 인권문제였다. 최근 미국의회가 북한인권법안을 통과시킨 이후 한국의 일부 여당의원들이 미국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놓았는데 이해하지 못하더라는 것이다. 통일은 왜 하자는 것일까. 일차적으로는 분단된 국토의 통합이겠지만 보다 기본적으로는 북한에 사는 국민들의 생존권과 인권을 회복시키자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남북관계는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 내기 위해 화해 협력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걸음마 단계다. 인권문제는 그 기준이 애매하고 증거도 불충분해서 따지자면 삿대질부터 오가야 하는 성질의 것이다. 그런 문제를 들고 나오면 남북관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여기에 인권 문제를 꺼내기 조심스러운 이유가 있는 것이다.

네번째는 연간 수출 2000억달러를 넘어선 한국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그런 문제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세계화가 무엇인지, 신자유주의가 무엇인지 개념파악도 안 된 상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통제되지 않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는 이미 세계의 지식인들이 누누이 지적해온 것이다. 그리고 수출 2000억달러가 세계화 때문이라는 논리도 비약이다. 국제무역은 신라때도 있었고 조선때도 했다.

그러나 지금 약소국가들은 세계화를 막을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현상이긴 하나 세계화는 어떤 방법으로든 다스려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열심히 대안을 찾고 문제점을 지적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은 본시 보고 싶은 것만 선택해서 보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 외국사람이 그들의 잣대로 현상을 보려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한국인마저 한쪽 눈을 감고 사물을 보려는 것은 곤란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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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웅 언론인
2004-11-12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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