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글 ‘대학에 학생선발 자율권 줘야’에 대한 최진규 교사의 반론 ‘본고사→입시지옥 재발 안 보이나’(서울신문 10월20일자 30면)를 읽고 이에 재반론을 할 것인지 망설이다가, 최교사의 글 가운데 필자의 교육관을 오해하는 듯한 부분이 있어 몇마디 덧붙여 보기로 했다.
고교등급제를 비롯한 일명 ‘3不 정책’으로 교육계는 물론이고 나라 전체가 첨예한 신경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교원단체별로 주장하는 바가 다르고, 학부모단체들이 내는 목소리 역시 제각각이다. 대학과 교육당국 사이의 힘겨루기를 넘어서 이제는 정치적 이념공세까지 가세하는 와중에, 급기야 학부모단체가 고교등급제를 시행한 일부 사립대를 고발하고 나섰다. 교육혼란의 돌파구를 찾지 못해 결국 학생들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을 당하는 게 아닌지 염려스럽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지난 16일자 기고에서, 일부 사립대가 고교등급제를 실시했음이 확인되고 이에 따라 수시모집 제도 자체가 무색해져 입시전형에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 이상 고교등급제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신입생 선발권을 대학 자율에 맡겨줄 것을 제언했다. 또 성적 부풀리기 등으로 인해 내신이 무용지물이 되었으니, 대학이 수시모집을 축소 또는 폐지하는 대신 본고사를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될 경우 사교육비 증가로 더 큰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우려해 대학에 학생선발 자율권을 보장하는 것이 이런 폐해를 방지하는 하나의 방법임을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반론자는 “고교등급제나 본고사 등 몇가지 요소를 제외한 학생 선발권은 사실상 대학측에 일임한 상태나 다름없다. 그런 상황에서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준다는 것은 고교등급제나 본고사를 인정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주장하였다. 현 상황에서 대학에 학생선발 자율권을 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우리나라 대학에는 학생선발 자율권이 충분하게 주어져 있지 않다. 엄밀하게 말해 일부 대학이 신입생 수시선발 과정에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한 데 대해 정부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잘못이다. 학교가 직접 가르칠 학생을 특성에 맞게 선발하는 것을 굳이 정부에서 따지고들 이유가 없다. 학교별 기준에 따라 선발해야 하며,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여 경쟁력 있는 학생으로 길러야 할 의무가 있기에 이는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입생 선발을 둘러싸고 법정공방까지 치닫는 현실은 대학에 진정한 자율권이 없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특히 시민단체의 특감제 도입 주장은 대학의 자율성 자체를 말살하려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하며, 이런 상태라면 현실적으로 수시모집 제도는 폐지되거나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학에 학생선발 자율권을 주는 것이 본고사 인정과 다름없으며, 따라서 자율권이 입시지옥을 유발할 수 있다는 반론의 주장 역시 재고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학 자율권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지금은 입시지옥이 아닌지, 입시지옥이 우려된다고 해서 대학 자율권을 완전히 박탈해 버릴 것인지 되묻고 싶다. 입시지옥 현상은 1970년대나 지금이나 한국적 사회구조에서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대학 자율권을 이야기한 것은 건학이념과 설립자 정신에 따라 대학별 특성을 최대한 존중해 주어야 하며, 신입생 선발 역시 이러한 이념과 정신을 반영하는 자율적인 방식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취지에서였다. 이 경우 신입생 선발 방식은 수능점수와 내신성적만이 아니라 이를 포함한 다양한 기준·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것이 고교등급제와 대학서열화 등을 완화하거나 불식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 점에서 “대학의 부도덕성보다 지나친 규제와 간섭이 원인이라는 대학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싶다.”라는 부분은 반론자가 필자의 의도를 오해한 데서 비롯된 지나친 표현이 아닌가 생각된다.
최원호 한국교육상담연구원장·명예논설위원
고교등급제를 비롯한 일명 ‘3不 정책’으로 교육계는 물론이고 나라 전체가 첨예한 신경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교원단체별로 주장하는 바가 다르고, 학부모단체들이 내는 목소리 역시 제각각이다. 대학과 교육당국 사이의 힘겨루기를 넘어서 이제는 정치적 이념공세까지 가세하는 와중에, 급기야 학부모단체가 고교등급제를 시행한 일부 사립대를 고발하고 나섰다. 교육혼란의 돌파구를 찾지 못해 결국 학생들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을 당하는 게 아닌지 염려스럽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지난 16일자 기고에서, 일부 사립대가 고교등급제를 실시했음이 확인되고 이에 따라 수시모집 제도 자체가 무색해져 입시전형에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 이상 고교등급제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신입생 선발권을 대학 자율에 맡겨줄 것을 제언했다. 또 성적 부풀리기 등으로 인해 내신이 무용지물이 되었으니, 대학이 수시모집을 축소 또는 폐지하는 대신 본고사를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될 경우 사교육비 증가로 더 큰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우려해 대학에 학생선발 자율권을 보장하는 것이 이런 폐해를 방지하는 하나의 방법임을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반론자는 “고교등급제나 본고사 등 몇가지 요소를 제외한 학생 선발권은 사실상 대학측에 일임한 상태나 다름없다. 그런 상황에서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준다는 것은 고교등급제나 본고사를 인정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주장하였다. 현 상황에서 대학에 학생선발 자율권을 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우리나라 대학에는 학생선발 자율권이 충분하게 주어져 있지 않다. 엄밀하게 말해 일부 대학이 신입생 수시선발 과정에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한 데 대해 정부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잘못이다. 학교가 직접 가르칠 학생을 특성에 맞게 선발하는 것을 굳이 정부에서 따지고들 이유가 없다. 학교별 기준에 따라 선발해야 하며,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여 경쟁력 있는 학생으로 길러야 할 의무가 있기에 이는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입생 선발을 둘러싸고 법정공방까지 치닫는 현실은 대학에 진정한 자율권이 없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특히 시민단체의 특감제 도입 주장은 대학의 자율성 자체를 말살하려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하며, 이런 상태라면 현실적으로 수시모집 제도는 폐지되거나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학에 학생선발 자율권을 주는 것이 본고사 인정과 다름없으며, 따라서 자율권이 입시지옥을 유발할 수 있다는 반론의 주장 역시 재고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학 자율권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지금은 입시지옥이 아닌지, 입시지옥이 우려된다고 해서 대학 자율권을 완전히 박탈해 버릴 것인지 되묻고 싶다. 입시지옥 현상은 1970년대나 지금이나 한국적 사회구조에서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대학 자율권을 이야기한 것은 건학이념과 설립자 정신에 따라 대학별 특성을 최대한 존중해 주어야 하며, 신입생 선발 역시 이러한 이념과 정신을 반영하는 자율적인 방식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취지에서였다. 이 경우 신입생 선발 방식은 수능점수와 내신성적만이 아니라 이를 포함한 다양한 기준·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것이 고교등급제와 대학서열화 등을 완화하거나 불식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 점에서 “대학의 부도덕성보다 지나친 규제와 간섭이 원인이라는 대학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싶다.”라는 부분은 반론자가 필자의 의도를 오해한 데서 비롯된 지나친 표현이 아닌가 생각된다.
최원호 한국교육상담연구원장·명예논설위원
2004-10-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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