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고교 줄 세우는 국회/박지연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고교 줄 세우는 국회/박지연 정치부 기자

입력 2004-10-18 00:00
수정 2004-10-18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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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인 17일 오전 10시34분.784국으로 시작되는 번호가 휴대전화에 찍혔다. 국회 교육위 소속 한나라당 김영숙 의원의 보좌관 A씨는 “최근 3년간 서울대 입학생의 출신 고교별 합격자 수를 공개한다.”고 허겁지겁 말했다. 김 의원측은 며친 전에도 ‘서울대 신입생 13%는 특목고 출신, 강남은 11%’라는 자료로 기자를 ‘유혹’한 적이 있다.

김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들여다 봤더니 ‘○○예고’,‘□□외고’,‘△△과학고’ 같은 특목고가 합격자 배출 수위를 다투고 있었다. 어떤 학교는 2002학년도에 104명을 서울대에 합격시켰다. 이렇게 하면 합격생이 1명인 고등학교까지 고교 700∼730개를 1등부터 꼴찌까지 줄 세울 수 있다. 합격생을 단 한명도 내지 못한 학교는 자연스레 ‘열외’다.

그러나 당장 의문이 들었다. 국회가 행정부의 잘잘못을 따지는 국감장에서 이런 자료를 자랑스럽게 공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만일 서울대도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처럼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물증이라도 곁들였다면 또 모르겠다. 그랬다면 국감의 본래 취지를 살려서 서울대측의 입학 관리를 철저하게 따질 수 있다.

그렇지만 달랑 합격자 배출 숫자만 발표한 것은 서울대에 가고 싶으면 우선 A,B,C고교에 진학해야 한다고 친절하게 권유하는 듯하다. 아니면 합격자 배출 수위를 다투는 학교가 특목고이니까 모든 고교를 특목고로 평준화하자는 주장을 펼 수도 있을 것 같다.

교육부 출입 기자들은 김 의원이 공개한 자료보다 더 많이, 더 자세하게 알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기사화하지 않는 것을 지침으로 삼고 있다.‘서울대 상사병’이 심각한 사회이니 이런 기사를 쓰면 쓸수록 고교 서열화, 중학교 서열화까지 생겨나 학벌사회가 더 기승을 부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17대 국회의 첫 국감을 치르는 초선 의원들의 ‘튀고’ 싶은 심정은 십분 이해하지만 ‘위험 수위’는 지켜 주기 바란다.

박지연 정치부 기자 anne02@seoul.co.kr
2004-10-1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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