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목매기/심재억 문화부 차장

[길섶에서] 목매기/심재억 문화부 차장

입력 2004-09-18 00:00
수정 2004-09-1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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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슬곱슬한 털에 촉촉한 콧잔등,큰 눈의 송아지 목매기도 자라면 일을 해야 합니다.농우(農牛)는 일 잘하는 게 최고의 미덕이니까요.그렇다고 송아지에게 당장 쟁기질을 시킬 수는 없습니다.먼저,대나무 뿌리나 물푸레나무를 잘 다듬어 코뚜레를 꿰어 고삐를 매야 합니다.그 뒤에 멍에를 얹습니다.코뚜레 꿰는 날,아버지는 끝에 딸랑거리는 요령을 달아주며 말합니다.“손 타지 말고 잘 자라거라.”

목매기 길들이기는 아이들 몫입니다.처음엔 멍에가 거추장스러워 겅중거리지만 이내 제 몫이라는 걸 깨닫습니다.멍에를 얹은 목매기가 탈 것을 끌고 한 길을 누비면 ‘뭐,신나는 일 좀 없을까.’ 기웃거리던 아이들,와 몰려들어 마을에 한바탕 소란이 입니다.좋은 시절 다 보낸 목매기,이런 통과의례를 치르면 곧 논밭에 나서 쟁기를 끌어야 합니다.

소처럼 느려터지게 살았지만 목매기 길들이듯 순리를 지키며 살았던,바로 얼마 전의 우리 얘깁니다.요즘 사람들,뭐가 그리 급한지 절차 들먹이다가는 덜떨어진 사람 되기 십상입니다.그러나 절차를 우습게 여겨 잘 되는 일 못봤습니다.자,차근차근 다시 시작해 봅시다.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2004-09-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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