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진돗개/심재억 문화부차장

[길섶에서] 진돗개/심재억 문화부차장

입력 2004-09-16 00:00
수정 2004-09-16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인기로야 단연 진돗개였다.갓 태어나 꼼질꼼질 마당을 누비는 진돗개 강아지는 비슷한 덩치의 토끼 새끼 두세마리쯤 줘야 바꿔치기가 됐다.그 정도면 닭도 솜털 벗은 중닭 한마리는 내놔야 거간이 됐다.어디서 보았는지 곁에 쪼그려 앉은 바람잡이의 흥정 붙이는 품새도 재밌었다.“달구새끼 저거 한달만 키우면 뿡뿡 알 잘 낳는다.”

예전 시골에서는 고만고만한 또래들,이런 물물교환으로 강아지도 얻고,토끼도 구해 키우곤 했다.귓바퀴가 뾰족하게 선 탓에 ‘똥개’를 그냥 진돗개라고 했지만,꼬마들 시장에서는 그게 통했다.누가 딴죽이라도 걸라치면 “야,너 진돗개 쥐잡는 거 볼래?”한마디로 여지없이 기를 죽이곤 했다.

진돗개가 키우고 싶었던 석이.몰래 형의 지리부도를 북북 찢어 왼종일 딱지를 쉰개나 만들었다.강아지 두배쯤 되는 토끼 한마리에 빳빳한 새 딱지 쉰개를 얹어주면 진돗개 새끼를 얻을 수 있어서였다.겨우 진돗개 새끼를 얻었지만 대가는 만만치 않았다.지리부도 건이 들통나 ‘대가리가 자갈밭이 되도록’ 형에게 쥐어터진 석이,강아지를 보듬고 투덜거렸다.“공부도 못하면서 지리부도는 뭐하게.진돗개 바꾸는 게 백배 낫지.”

심재억 문화부차장 jeshim@seoul.co.kr

2004-09-16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