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센터소…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센터소장
지난 20여년동안 우리 경제의 경기부침을 살펴보면 내수위축은 소비가 아니라 투자부진이 주된 원인이었으며 내수회복 역시 투자의 회복,특히 건설투자가 설비투자에 앞서 회복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았다.또 과거엔 내수부진도 길지 않았는데 이는 침체기에도 소비가 비교적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최근의 내수부진은 과거에 비해 심각한 소비부진이 주요하게 영향을 주고 있다.단순한 투자회복이 내수부진을 종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며 소비회복이 있어야만 가시적 내수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다행히 향후 소비전망이 암담한 것만은 아니다.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고용이 약 5% 이상 크게 증가하면 소비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따라서 2003년 하반기 이후의 고용사정 개선 추세가 지속된다면 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과연 얼마 정도의 시차가 있을 것인가는,고용사정 개선이 얼마나 강하게 지속될 것이냐에 달려있다.
다음으로 소비자들의 재무상태를 보자.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자금순환자료에 따르면 2002년 극도로 악화됐던 개인부문의 자금사정이 그 이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가계소비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개인의 자금잉여 비율이 장기 평균수준에 접근하고 있는데 이 추세가 조금 더 지속되면 가계의 재무상태가 안정을 회복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조건이 충족되면 일단 개인들이 평균적인 소비성향을 회복할 여건이 갖추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수출로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대외여건이나 환율 등이 정책담당자들의 우선 관심사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하지만 지금 우리가 해야 하고,우리가 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만약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을 때 내수진작에 실패한다면 우리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하지만 고용사정과 가계재무 사정의 호전이 2∼3분기 더 지속되면 연내에 소비회복,즉 내수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조짐이 마치 약한 불씨와 같아 조금이라도 외풍이 불면 쉽게 꺼질 수 있다는 점이다.따라서 정책의 주안점은 소비회복의 불씨를 죽이는 우를 범하지 않는 것이다.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악화시키는 일을 피해야 한다.누가 그런 바보짓을 하겠느냐 반문할지 모르나 일본의 경우 1996년 내수회복 조짐이 보이자 그동안 망가진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소비세를 올렸다.한국도 일본 못지않게 재정 건전성 지상주의 견해를 가진 관리나 학자가 많기 때문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둘째,고용회복에 장애가 되는 일을 피해야 한다.사람 쓰는 것이 더 어려워져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고용 장려금까지 지급하면서 일자리를 늘리려는 마당에 고용에 따른 부담을 증대시키거나,불법노동행위를 용인하여 가뜩이나 찌든 사용자의 불안감을 증폭시켜서야 어찌 고용회복 지속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다음으로 투자 활성화 등 어떻게 불씨를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센터소장
2004-07-23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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