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감자 불알따기/심재억 문화부 차장

[길섶에서] 감자 불알따기/심재억 문화부 차장

입력 2004-07-12 00:00
수정 2004-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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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허기에 회(蛔)가 동(動)한 아이들 두엇,감자밭으로 납작 기어듭니다.끼니잇기 지난했던 시절,아이들이 궁리한 오늘의 구황책은 감자서리입니다.소먹이던 까까머리들 허투루 “우리,감자 불알 딸래?” 한마디로 의기투합했습니다.굼뜬 놈 뒤남아 솔방울,삭정이 모아 불을 지피는 새 감자밭에 든 두 녀석,두둑을 더듬어 순식간에 감자 한 웅큼씩을 거둬 옵니다.

물론 여기에도 준칙이 있습니다.두둑을 후벼 아기 불알 따듯 감자를 밑따되,줄기를 뽑아 넘기면 안 됩니다.남은 감자는 여물어야 하니까요.호미가 필요하지 않냐구요? 거기에 호미 디밀면 그건 서리가 아니라 ‘작업’(?)이 됩니다.그냥 맨손이면 족합니다.구운 감자로 얼요기한 놈들,주둥이는 검댕 투성이지만 뱃구레는 든든해 멀건 얼굴에 금세 화색이 돕니다.얼기설기 그렇게들 살아남았습니다.

도회 사람들,시골 가 참외 하나 맛보려다 ‘피박’쓸 뻔했다고 말들 합니다.그러나 대개는 그 사람들 몰염치 탓이 큽니다.감자 줄기를 아예 뽑아 젖히거나,참외 넝쿨을 짓이겨 놓으면 농사짓는 누군들 속 뒤집히지 않겠습니까? 몰래 하는 서리지만 염치껏 하면 탈 날 일 별로 없습니다.물론 뒷감당은 알아서들 하셔야지만.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2004-07-1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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