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위원 칼럼] ‘심각한 저널리즘’의 퇴조/이재진 한양대 신방과 교수

[자문위원 칼럼] ‘심각한 저널리즘’의 퇴조/이재진 한양대 신방과 교수

입력 2004-04-27 00:00
수정 2004-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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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적 시각에서 요즈음 우리 신문의 문제점을 여러가지 지적할 수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심각한 저널리즘’의 퇴조이다.다시 말하자면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각종 쟁점을 객관적이면서 심층적으로 다루어 그 맥을 제대로 짚어줄 수 있는 신문기사가 점차 줄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심각한 저널리즘’은 신문의 몫이었다.신문기자들은 심층성 있는 기사를 가장 중요한 저널리즘의 구성요소로 인식해 왔다.이를 위해 때로 비윤리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취재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경우도 많았다.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요즘 신문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오히려 ‘심각한 저널리즘’은 방송으로 옮겨간 듯한 생각이 든다.

가끔씩 편파성 등의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방송사들은 각 사의 간판 심층취재 프로를 통해서 ‘심각한 저널리즘’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이처럼 신문의 ‘심각한 저널리즘’이 퇴색하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를 담당할 인력이 부족하고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심각한 저널리즘’이 명예훼손이나 사생활침해와 관련된 소송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심각한 저널리즘’은 현장성과 영상적 스펙터클을 강조하는 방송이 담당하게 되었고 이로 인한 인격권 침해 소송이나 가처분 신청이 늘어나고 있다.반면에 심각성이 약화된 신문은 지면의 대부분을 의사사건(pseudo events)이나 연예오락기사들로 채운다.즉,자연적으로 발생한 사건·사고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가십성의 정치기사,홍보용 이벤트 기사,톱스타나 스포츠스타 또는 스타 정치인과의 인터뷰 기사,선정주의적 기사,누가 무슨 일을 하거나 어디에 참석하거나 하는 동정기사,그리고 오늘의 운세 등 장식적 성격이 짙은 콘텐츠로 채워져 있다.

다른 것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오늘의 운세는 신문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언제부터인지 스포츠지와 종합일간지 구분 없이 거의 모든 신문에 오늘의 운세란이 자리하고 있다.일종의 오락거리로 분류되어 문화면에 싣는 경우가 많다.서울신문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 한 주 동안 빠짐없이 문화종합면(또는 광고문화면 등)에 바둑,유머와 함께 오늘의 운세가 하나의 세트처럼 실렸다.

필자는 평소 오늘의 운세를 심심풀이 삼아 보지만 믿지는 않는다.아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할 것이다.그저 바둑이나 유머와 같은 수준의 오락거리로 생각한다.그러나 좀 더 생각해보면 이러한 콘텐츠가 신문의 심각성을 떨어트리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서울신문을 포함해서 여러 신문들을 자세히 읽다 보면 오늘의 운세처럼 없어도 되고 있어도 되는 가벼운 정보,또는 재미로 알아나 보라는 식의 정보들이 상당수 있음을 알 수 있다.물론 저널리즘의 구성요소에 대해서 이견이 있을 수 있으며,오락적 측면의 기사들도 어느 정도는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신문이 방송과 차별되는 것이 바로 정보의 양과 다양성,그리고 심층성이라고 할 때 심층성이 떨어지는 정보가 다수를 차지한다면 아무리 다양한 내용을 제공한다 해도 그 의미는 줄어들게 된다.방송의 경우 시청자들의 요구를 알고서 프로그램을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것을 시청자들이 알아서 선택해서 보라는 경향이 강하다.그렇기 때문에 신문은 더욱더 독자들이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그에 맞는 정보를 전하는 매체이어야 한다.

이재진 한양대 신방과 교수˝
2004-04-27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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