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요강과 비데/오풍연 논설위원

[길섶에서] 요강과 비데/오풍연 논설위원

입력 2004-04-23 00:00
수정 2004-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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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집안 여자들은 눈을 뜨자마자 요강부터 비웠다.행여 그대로 두었다간 할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대가족인 경우 서너개의 요강을 비워야 한다.놋쇠·양은·사기 요강은 가세(家勢)를 가늠케 했다.때를 빼고,윤을 내는 것도 아낙들의 몫이었다.추운 겨울이면 특히 애를 먹었다.오줌이 얼어붙어 잘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물을 데워 비우곤 했다.

그래도 소변은 요강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하지만 대변은 그럴 수 없었다.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시골집은 화장실이 멀리 떨어져 있다.귀신 얘기를 많이 들은 아이들은 밤에 혼자 못 갔다.자는 엄마,누이,형제를 깨워 보초를 세웠다.전기도 없다 보니 플래시와 양초는 비상 도구.참지 못해 옷에다 싸버린 날이면 체를 머리에 쓰고 소금을 구하러 다니기도 했다.

지금은 어떤가.요강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아이들이 많다.화장실 문화 개선과 함께 요강도 고물(古物)이 돼가고 있다.고속도로 휴게소 등의 공중화장실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청결을 자랑한다.오랜만에 찾은 생가에도 비데가 있었다.

오풍연 논설위원˝

2004-04-23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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