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위원 칼럼] 감정의 미디어·이성의 미디어/허행량 세종대 신방과 교수

[자문위원 칼럼] 감정의 미디어·이성의 미디어/허행량 세종대 신방과 교수

입력 2004-04-06 00:00
수정 2004-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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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한다.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4강에 올랐을 때 언론과 국민은 함께 즐거워했다.뇌물수수 등 부패한 정치권에 대해서는 함께 분노했다.그래서 언론 보도는 국민감정의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정치,구체적으로 선거는 이성보다는 감정의 잔치가 되고 있다.이 때문에 선거공약보다는 정치인의 발언이나 외모 등 연예인적 속성이 중요시되고 있다.언론의 관심도 정치인이 연출하는 이미지와 이벤트에 집중되고 있다.

불신의 늪지대인 정치권에 대한 과거경험 때문에 공약을 내걸어도 거의 믿는 유권자가 없다.따라서 튀는 아이디어로 유권자,그 이전에 언론의 주목을 받자는 것이 선거전략이다.충분한 정보나 시간이 없는 유권자가 후보나 정당의 이미지를 보고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정당이 내거는 공약이 얼마나 즉흥적이고 비현실적인 것인지는 서울신문이 연재한 ‘각당 공약의 허와 실’이란 시리즈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그러나 이런 기사조차도 유심히 보는 유권자가 드문 것이 현실이다.

선거가 감정의 잔치가 되고 있다는 것은 스캔들보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17대 총선은 공약보다는 주요 정치인의 구설수와 같은 유사(類似)스캔들(pseudo-scandal)이 여론의 향방을 좌우하고 있다.보통사람의 경우엔 아무렇지도 않을 문제가 정치인이기 때문에 비난 받는 유사스캔들보도가 여론을 춤추게 하고 있다.

감정이 난무하는 선거에서 이성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서울신문 5일자 3면의 ‘악재탈출,감성대결’이라는 기사는 17대 총선이 감정의 선거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서울신문이 벌이고 있는 ‘후보채점 운동’이나 ‘관심선거구’는 감정과 이성의 조화를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선거는 감정의 선거이면서 동시에 이성의 선거이어야 한다.이성의 선거는 선거가 필요한 이유 등 그 의미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것이다.선거는 농경사회에서의 놀이마당과 유사한 점이 많다.놀이마당은 감정과 이성의 조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놀이마당에서의 적절한 흥은 참가자에게 ‘삶의 재충전’이라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하지만 흥이 지나치면 생활자체에 타격을 주는 등 후유증을 낳는다.반대로 흥이 부족하면 놀이마당은 유명무실한 의식이 된다.이처럼 감정의 적절성은 ‘삶의 재충전’이라는 이성의 잣대로 판단할 수 있다.

미디어는 선거과정에서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 기능을 한다.미디어가 선거에 불어넣는 흥이 부족할 경우 선거는 흥을 잃고 불필요한 의식이 된다.반대로 흥이 지나칠 경우 선거를 감정의 광란 속으로 몰아넣어 사회적 후유증을 부채질한다.

미디어가 선거에 불어넣을 감정의 적절성은 우리 사회의 경쟁력과 직결돼 있다.선거에서 적절한 감정은 국민생활에 도움을 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지만,감정이 부족하거나 넘칠 때 국민생활에 해를 끼쳐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감정의 선거이면서 동시에 이성의 선거가 되려면 선거 본래의 의미에 따라 선거를 보도해야 한다.

언론은 국민의 희로애락을 좌우하기 때문에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감정의 선거와 이성의 선거를 가르는 것은 언론과 국민이며,그 후유증 또한 언론과 국민이 부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선거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언론의 보도는 감정과 이성을 모두 포옹하는,즉 ‘냉정과 열정사이’의 균형점을 겨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04-04-06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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