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신발 가게에서/강석진 논설위원

[길섶에서] 신발 가게에서/강석진 논설위원

입력 2004-02-24 00:00
수정 2004-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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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이 작아졌다는 아이를 데리고 동네 신발 가게를 찾았다.입으로는 귀찮다고 말하면서도 따라 나선데는 아이 크는 것을 눈으로 보려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표현이 이상할지 모르지만 고맙게도,내가 어릴 적 신발을 사던 그 가게가 시장 한모퉁이에 그대로 있다.에누리 안 해주기로 유명했던 주인도 옛 모습 그대로다.머리에 염색을 해서 그런지 70은 훨씬 넘었는데도 건강한 모습으로 신발을 이것저것 골라 내준다.

30∼40년 묵은 신발 이야기 끝에 ‘건강하게 장사를 계속하시다니 복 받으셨습니다.’라고 추어드리자 주인은 “오금을 쓸 수 있는 한 계속할 겁니다.”라면서 갑자기 진지한 표정이 된다.

어려움도 많았지만 신발 장사로 아이들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 다 보냈단다.

온갖 풍상도 세월로 잘 여과되면 사금처럼 굳고 빛나는 의지로 걸러내지는 걸까.신발 한 켤레 사면서 아이 크는 것도 확인하고 할아버지가 된 가게주인의 활기가 옮아 오는 듯한 즐거움도 맛보았다.게다가 반갑다면서 2000원 깎아준다.과거를 공유한 값이었다.

강석진 논설위원˝
2004-02-24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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