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이사비 못 준다… 금품·향응 제공 땐 시공권 박탈

재건축 이사비 못 준다… 금품·향응 제공 땐 시공권 박탈

장형우 기자
장형우 기자
입력 2017-10-30 23:02
수정 2017-10-31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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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수주전’ 칼 빼든 국토부

새달 1일부터는 건설사가 재건축 조합원의 이사비용을 지원하지 못한다. 금품·향응을 제공하다가 적발되면 시공권이 박탈된다. 이사비 지원 명목으로 7000만원을 거저 주는 등 재건축 수주시장이 지나치게 혼탁해진 데 따른 시정 조치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의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제도 개선 방안을 추진한다고 30일 밝혔다.

개선안에 따르면 재건축 사업 입찰에서 건설사는 설계와 공사, 인테리어, 건축 옵션 등 시공과 관련한 사항만 제안할 수 있다. 시공과 무관한 이사비나 이주비·이주촉진비,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등에 대한 편의는 제시할 수 없다. 이런 규정을 어길 경우 건설사의 입찰이 무효가 된다. 최근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 수주 과정에서 현대건설이 7000만원의 이사비용 지원을 약속하는 등의 행태를 차단한 것이다.

조합원은 금융기관을 통해 이주비 대출만 받을 수 있다. 다만 조합은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의해 정한 상한선 안에서 이사비를 지원할 수 있다. 예컨대 서울시는 토지보상법 수준, 즉 84㎡당 150만원 수준으로 지원하도록 조례를 개정할 예정이다. 영세 거주자가 많은 재개발 사업은 건설사가 조합에 이주비를 유상 융자·보증해 줄 수 있으나 은행 금리 수준을 넘을 수는 없다.

기존의 설계안을 변경하는 대안설계를 낼 경우 건설사는 설계도서나 공사비 내역서 등 구체적인 시공 내역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현실성 없는 과도한 조감도를 제안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를 어길 경우에도 입찰은 무효가 된다.

홍보단계에서 금품이나 향응 등을 제공해 건설사가 10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거나 건설사 직원이 1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을 경우 건설사는 2년 동안 정비사업 입찰을 할 수 없다. 시공권도 박탈된다. 다만 공사가 이미 시작된 후에는 분양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시공권 박탈 대신 지자체가 과징금을 매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징금은 건설사가 재건축 사업을 해도 손실을 보는 선으로 매우 높게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원천 금지됐던 건설사의 개별 홍보는 일부 허용된다.

주택업계는 정부의 개선 방안을 대체로 환영했다. 불법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눈치를 봐가며 불법과 탈법의 경계를 넘나들던 관행을 따르지 않아도 되고 불필요한 소모전을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의 재건축 영업 담당 임원은 “그동안 이사·이주비 지원 한도가 명확하지 않아 건설사들이 무모한 경쟁을 벌인 게 사실”이라며 “입찰 과정에서 시공사의 무분별한 개입을 막고 불법 사항을 명확히 규정해 공정한 수주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 건설업체들은 수주전 경쟁에서 더 불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주비 지원 등으로 조합원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어 자금력이 탄탄하고 브랜드 경쟁력이 있는 대형 건설사들이 주요 사업을 독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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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2017-10-3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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