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술렁이는 금융가] ‘친박’ 공공기관장 물갈이 되나…거취 주목

[술렁이는 금융가] ‘친박’ 공공기관장 물갈이 되나…거취 주목

입력 2017-05-21 10:24
업데이트 2017-05-21 10:2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동걸 산은 회장·정찬우 거래소 이사장 사퇴 유도 가능성

금융팀 =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참모진에 이어 공정위원장 등의 인선이 하나둘 이뤄지면서 주요 금융공공기관 수장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일괄 사표를 받아 공공기관장을 대폭 물갈이했고, 박근혜 정부는 일괄 사표까지는 받지 않았지만 자진 사퇴를 유도하는 등 정권 초기에는 공공기관장 인사 문제로 잡음이 불거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 이후 낙하산 인사와 공공기관의 독립성 훼손에 대한 반감이 커진 터라 문재인 정부는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공공기관장의 거취 문제를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 임기 1년 미만 남은 기관장 1명뿐

2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산하 금융 관련 공공기관 10곳의 기관장 가운데 김재천 주택금융공사 사장만 잔여 임기가 1년 미만이다. 김 사장 임기는 올해 10월까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임명된 최종구 수출입은행장과 김규옥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2020년에 임기가 끝난다.

문창용 자산관리공사 사장, 이병래 예탁결제원 사장,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2019년 11∼12월 임기 만료를 맞는다.

이들은 탄핵 정국으로 청와대가 인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던 때 임명된 데다 관료 또는 내부 출신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았기에 임기를 보장받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관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어 ‘친박’으로 분류되는 기관장들의 잔류 여부다.

대구 출신인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이사장을 지낸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교수를 지내는 등 금융권 내 대표적 ‘TK(대구·경북) 친박 인사’로 분류돼왔다. 지난해 2월 취임해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이 회장은 2012년 대선 전 금융인 1천365명의 박 전 대통령 지지 선언을 이끌었으며 대선 캠프에서도 활동했다. 임명 당시에도 산업은행 노조가 ‘낙하산 인사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금융당국과 손발을 맞춰 대우조선해양 채무 재조정을 끌어내는 등 지금까지 별다른 잡음 없이 산업은행을 이끌어 왔으나, 이 회장이 자리를 지킨다면 친박 인사가 새 정부의 중점 과제 실현에 앞장서는 어색한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

<표> 금융공공기관장 임기

┌─────────┬───────┬──────┬────────────┐

│ 기관명 │ 기관장 │ 임기 │ 경력 │

├─────────┼───────┼──────┼────────────┤

│ 수출입은행 │ 최종구 │ 2020.3.5 │ 관료 출신 │

├─────────┼───────┼──────┼────────────┤

│ 기술보증기금 │ 김규옥 │ 2020.1.13 │ 관료 출신 │

├─────────┼───────┼──────┼────────────┤

│ 산업은행 │ 이동걸 │ 2019.2.4 │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

├─────────┼───────┼──────┼────────────┤

│ 기업은행 │ 김도진 │ 2019.12.27 │기업은행 경영전략그룹장 │

├─────────┼───────┼──────┼────────────┤

│ 예탁결제원 │ 이병래 │ 2019.12.22 │ 관료 출신 │

├─────────┼───────┼──────┼────────────┤

│ 자산관리공사 │ 문창용 │ 2019.11.17 │ 관료 출신 │

├─────────┼───────┼──────┼────────────┤

│ 신용보증기금 │ 황록 │ 2019.10.19 │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

├─────────┼───────┼──────┼────────────┤

│ 한국투자공사 │ 은성수 │ 2019.1.18 │ 관료 출신 │

├─────────┼───────┼──────┼────────────┤

│ 예금보험공사 │ 곽범국 │ 2018.5.26 │ 관료 출신 │

├─────────┼───────┼──────┼────────────┤

│ 주택금융공사 │ 김재천 │ 2017.10.28 │ 한국은행 부총재보 │

└─────────┴───────┴──────┴────────────┘

◇ ‘새 술은 새 부대에’…사퇴 압박 가능성도

금융공공기관은 아니지만 금융위원회 경영평가를 받는 한국거래소의 정찬우 이사장 역시 대표적 친박 인사로 꼽힌다.

정 이사장은 박 전 대통령의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문위원으로 참여했으며 이후 2013년 3월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과 함께 각종 정책 연구 모임에 참석하며 박 전 대통령 주변 인사들과 폭넓은 교분을 쌓은 정 이사장은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실세’로 통했다.

금융위 부위원장 시절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를 도운 임원을 승진시키라고 KEB하나은행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아 검찰 조사 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정 이사장의 임기는 2019년 9월까지다.

이 외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동문으로 이명박 정부 때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을 지낸 황록 신보 이사장, 임기가 5개월에서 1년 정도 남은 김재천 주금공 사장, 곽범국 예보 사장의 거취도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임기를 보장한다면 새 정부가 최소 1년에서 길게는 3년 간 박근혜 정부 인사와 국정 과제를 추진해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원칙에 따라 공공기관장들의 사퇴를 ‘은근한’ 방법으로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석채 전 KT 회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연임에 성공했으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회사에 100억원대 손해를 끼치고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가 명시적으로 이 전 회장의 사퇴를 종용한 적은 없었다.

◇ 신임 금융위원장 지명 후 물갈이 본격화할 듯

금융 공공기관장 물갈이는 금융위원장이 새로 임명되고,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 색깔이 드러난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위원장에 ‘재벌개혁 전도사’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지명된 터라 금융위원장에도 개혁적인 성향의 민간 출신 전문가가 지명될지, 안정감이 있는 관료 출신이 지명될지가 관심사다.

민간 출신으로는 노무현 정부 때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동걸 동국대 초빙교수, 참여연대 출신으로 19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김기식 전 의원,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등이 거론된다.

재벌개혁과 금산분리에 소신이 있는 이동걸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 비상경제대책단에 참여해 금융·경제 분야 공약 수립에 기여했고, 관료로 일한 경험도 있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관료 출신으로는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행시 28회), 윤종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행시 27회),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행시 27회)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각 부처 장관 인선에 앞서 다음 주 차관인사를 먼저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관급인 금융위 부위원장에는 내부 출신인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행시 30회), 유광열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행시 29회) 등이 거론된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