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국민·우리·하나·기업 등 5개 주요 은행의 사회공헌사업비 지출액은 총 1704억원이었습니다. 2012년 2712억원에 비해 37.2%나 줄었습니다.
‘리딩 뱅크’인 신한은행의 감소 폭이 가장 두드러집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사회공헌비는 565억원에서 127억원으로 3분의1 토막 났습니다.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 하락으로 이자 수익이 줄어든 탓”이라고 항변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체 사회공헌비 비중이 오그라든 대목은 제대로 설명이 안 됩니다.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비 비중은 2012년 3.5%에서 지난해 0.9%로 급감했습니다.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7.8%에서 3.0%로 뚝 떨어졌습니다.
지출 내역을 보면 더 씁쓸합니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사회공헌비 127억원 중 116억원은 청년창업재단 출연금입니다. 나머지 11억원은 대학생 반값 기숙사 사업에 내놓은 돈입니다. 이 두 사업은 2012년부터 은행권이 공동으로 해 오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입니다. 신한은행이 ‘의무 할당량’만 채우고 자발적인 사회공헌은 외면한 셈이죠.
금융권 관계자는 “2011년 미국 월가의 금융권 탐욕 규탄 시위 직후 시중은행 임원들이 임금을 반납하고 사회공헌비 지출을 크게 늘렸지만 최근 (규탄 여론이 잠잠해지자 사회공헌비 지출을) 원위치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상전’인 금융 당국과 정부 입맛에 맞는 사회공헌 활동에만 신경을 쓴다는 쓴소리도 나옵니다.
금융의 기본은 ‘신뢰’입니다. 말로만 외치는 ‘따뜻한 금융’으로는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이치를 은행들이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2015-09-30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