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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유목민’이 떠돈다…증권사·저축銀에 뭉칫돈

’금리 유목민’이 떠돈다…증권사·저축銀에 뭉칫돈

입력 2015-03-17 07:52
업데이트 2015-03-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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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고객 끌어와라” 안정형 투자상품 ‘3초 매진’특판

직장인 김모(40)씨는 살아오면서 주식이나 금융투자상품은 한 번도 손대보지 않고 급여통장에 들어온 돈을 꼬박꼬박 은행 예·적금으로만 굴려왔다.

2000년대 중반 ‘펀드 광풍’이 불어 너도나도 펀드에 가입할 때조차 눈길 한 번 돌리지 않고 은행 예·적금으로 차곡차곡 결혼자금을 모았다.

그런 그가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1%대로 내리면서 ‘이대로 재테크를 해서는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

김씨는 “성격상 투자상품은 처다보지도 않았는데 2%도 안 되는 예금 금리로는 내 집 마련 자금은커녕 오르는 전세금도 모으기가 까마득해 보인다”며 “안정성은 어느 정도 보장하면서 금리는 은행 예금보다 높은 상품이 없나 재테크 정보를 찾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초저금리 기조가 강화되면서 투자에 보수적이던 금융소비자들도 재테크 전략을 바꾸고 있다.

수익률이 2%대 중반∼3%대 수준인 상품이더라도 안정성이 보장되기만 한다면 이제는 ‘완판 행진’을 거듭할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증권사 중위험·중수익 상품 인기…”3초면 전량 소진”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김씨와 같은 보수적인 금융소비자를 끌어오기 위해 안정성은 높으면서도 은행 예금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특판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에 뭉칫돈을 묻어 뒀던 소비자가 관심을 둘 만한 상품으로는 우선 일부 증권사들이 내놓은 특판형 환매조건부채권(RP)이 눈에 띈다.

대우증권은 매주 100억원 한도로 특판 상품인 ‘특별한 RP’를 판매하는데 월요일 상품 발매일마다 ‘매진 사례’를 반복하고 있다. 우량 채권을 담보로 편입해 안정성이 높은 반면 세전 연 3.0%(만기 3개월)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신규 고객에 한정해 개인당 1억원 한도로 판매하는데 발매 후 3초면 전량 소진된다”고 전했다.

원금보장형 파생결합상품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지난 1∼2월 각각 사흘간 두 차례 모집한 CD금리 연계 파생결합사채(DLB)에도 총 4천360억원이라는 뭉칫돈이 몰렸다.

3개월 만기인 이 상품은 원금이 보장되는데 은행 예금보다 높은 연 2.4∼2.51%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소식에 청약경쟁률이 5∼7대 1로 치솟았다.

신한금융투자가 내놓은 롱숏 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ELB)는 단일 상품으로 올해 들어서만 7천억원을 판매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원금을 보장하면서 연평균 7∼8%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이 인기의 비결이다.

원금 손실 우려에 주가연계증권(ELS) 투자를 망설이는 소비자를 위해 손실액 규모를 제한하는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삼성증권이 내놓은 ‘원금부분보장형 ELS’는 일반적인 ‘스텝다운형’ ELS 상품과 같이 6개월마다 연계지수가 95%(6·12개월), 90%(18·24개월), 85%(30·36개월) 이상이면 연 수익률 8∼9% 수준으로 상환해준다. 다만, 주가가 급락하더라도 원금의 80%를 보장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계좌의 대안으로는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인기를 끌어왔다. 그러나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금주부터 기본금리가 연 1%대 중반으로 하락해 매력도가 떨어진 상황이다.

다만, 대우·현대·미래에셋 등 일부 증권사는 자동이체나 연계 카드 사용 등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수백만원대의 일정 한도액에 한해 최대 5.5%의 우대금리 혜택을 제공하므로 젊은 직장인이라면 눈여겨볼 만하다.

◇저축은행 금리 시중은행보다 예금 1%p, 적금 2%p 높아

어려운 금융상품 용어 탓에 증권사의 문턱이 높다고 여겨지는 금융소비자들은 5천만원 한도까지 예금자보호가 되는 저축은행 예금 상품으로도 여전히 발길을 옮기고 있다.

저축은행에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1.75%로 낮춘 이후에도 예금금리는 연 2% 후반대, 적금금리는 연 3% 후반대를 주는 곳이 아직도 많다.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연 1% 중반대, 적금금리가 연 1% 후반대까지로 떨어진 것에 비해 저축은행의 금리는 예금이 최대 1%포인트, 적금은 최대 2%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전날 저축은행중앙회 공시를 살펴보면 경남 통영에 있는 조흥저축은행의 예금금리가 연 2.91%로 업계에서 가장 높았다.

참저축은행(연 2.9%), 유니온·대명저축은행(연 2.8%), 대아·대원저축은행(연 2.77%), 엠에스·한성·청주·세람·안국·오투·드림·S&T·세종저축은행(연 2.6%) 등도 5천만원 예금자 보호 한도 내에서 2% 중후반대 금리를 보장한다.

정찬영 친애저축은행 마케팅전략부장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인하 직후 본점 영업부에는 평소의 3∼4배 이상으로 창구가 붐벼 직원들이 점심을 미뤄야 했다”며 “예금이 너무 몰리다 보니 이번 주부터 금리를 2.8%에서 2.4%로 낮춘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서울·수도권에 있는 저축은행보다 지방에 있는 저축은행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예·적금금리를 제공하면서 자금이 몰릴 조짐도 보이고 있다.

전날 기준으로 금리를 많이 주는 저축은행 상위 20곳 가운데 서울·경기권에 있는 저축은행은 예금의 경우 5곳에 그쳤다. 적금은 서울·경기권이 10곳이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저축은행에서도 한 푼이라도 더 높은 금리를 챙기려고 목돈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현상까지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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