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 양성화 피하라’… 검은돈 골드바에 몰린다

‘지하경제 양성화 피하라’… 검은돈 골드바에 몰린다

입력 2013-04-10 00:00
수정 2013-04-1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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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예약 1~2주뒤 구매 가능, 백화점까지 판매

골드바(금괴)에 ‘검은돈’이 모이고 있다. 새 정부가 ‘지하경제와의 전면전’ 수위를 계속 높이고 나오자 그동안 금융실명제 등을 피해 숨어 있던 돈들이 골드바로 속속 몰려들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4일부터 골드바를 팔기 시작한 국민은행은 한 달 남짓 동안 총 342㎏, 20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2010년 8월 골드바를 맨 처음 팔기 시작한 신한은행은 월평균 판매량이 지난해 200㎏에서 올들어 500㎏으로 2.5배 급증했다. 구체적인 판매량은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기를 거부했다. 골드바는 두 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서 살 수 있지만 주문이 너무 몰려 예약한 뒤 1~2주 뒤에 실제 구매할 수 있다.

그러자 백화점도 골드바 판매에 가세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4일부터 사흘 동안 총 8㎏, 5억 5000만원어치를 팔았다. 목표액 5억원이 순식간에 돌파돼 2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백화점 측은 “지난해에도 같은 행사를 한시적으로 열었는데 올해 유난히 반응이 뜨겁다”고 전했다.

골드바 인기의 표면적 이유는 ‘절세 효과’다. 올해부터 금융종합소득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지자 매매 차익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금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골드바는 금 관련 파생상품과 달리 배당소득세(15.4%)를 내지 않는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박근혜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골드바 자체는 투자 대상으로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면서 “정부의 본격적인 지하경제 양성화 조치가 나오기 전에 검은돈이 됐든 장롱 밑에 묻어놨던 돈이든 서둘러 양지로 끌어내려는 수요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골드바는 사고 팔 때 수수료를 많이 떼기 때문에 절세 효과를 보더라도 이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골드바를 살 때는 부가가치세 10%에 실물제작비용 등 수수료 4~5%를 더해 15%에 가까운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1㎏ 골드바 가격은 원가 5800만원에 수수료와 부가세를 포함해 6600여만원이다. 팔 때도 수수료를 5%가량 내야 한다.

한 시중은행 PB센터 팀장도 “골드바는 부동산처럼 등록을 해놓는 것도 아니고 과세당국에 신고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안성맞춤”이라고 귀띔했다. “양도, 상속, 증여가 쉽다는 것도 골드바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시장에서 금값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금 수요가 폭증하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노무라증권은 올해 국제 금값 전망치를 종전 온스당 1981달러에서 1750달러로 내렸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자금 세탁이나 탈세 용도로 골드바가 악용될 소지가 있는 만큼 국세청과 금융정보분석원(FIU) 등의 공조를 통해 자금흐름 추적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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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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