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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정부, 곳곳서 가격인상 신경전

산업계-정부, 곳곳서 가격인상 신경전

입력 2011-05-01 00:00
업데이트 2011-05-0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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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보다 몇시간만에 철회 해프닝···일부선 “실무부서 오류 때문”

산업계와 정부가 가격 인상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업체들은 치솟는 원자재가의 상승분을 국내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손실이 누적되자 가격을 올리려고 하지만 물가안정 차원에서 가격 동결 또는 인하를 요구하는 정부의 압박을 무시하지 못해 눈치를 살피고 있다.

 이 때문에 업체가 자율적으로 가격 인상을 결정한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인상 방침을 철회하는 해프닝이 이어지고 있다.

 액화석유가스(LPG) 수입·판매사인 ㈜E1은 지난달 30일 프로판 및 부탄가스의 5월 충전소 공급가격을 4월보다 ㎏당 69원 올리기로 결정했다.

 서민부담 경감 차원에서 3개월간(2~4월 공급가) 가격을 동결했지만 가격 미반영분이 과도하게 누적된 상태에서 국제 LPG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인상 방침은 발표 5시간여만에 뒤집혔다.

 EI 측은 “내부 논의를 다시 한 끝에 5월 LPG 충전소 공급가격을 4월과 같이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가격 인상 발표가 나자 정부가 물가 안정차원에서 동결할 것을 요청해왔다는 설이 흘러나왔다.

 앞서 서울우유도 지난 2월 대량 수요처에 대한 우유 공급가 인상 계획이 알려진 지 반나절 만에 계획을 철회하는 소동을 벌였다.

 회사 측은 “실무부서 오류 때문”이라고 해명을 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식품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정부가 물가 잡기에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서 인상 계획이 알려지자 서둘러 ‘없던 일’로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포스코 등 철강업계도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달 고심 끝에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물가 안정을 요청하는 정부의 입김을 무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9개월간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가 내린 결정이었다.

 정유업계는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인하 압박 등에 따라 지난달 초 가격 내리기로 결정했다.

 정유사들은 인하 방침이 고물가로 고생하는 국민과 고통을 분담하고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 협력하기 위한 것이라고 내세웠지만,뒤집어 말하면 비판적인 소비자 여론을 달래고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에 순응했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가격 동결 또는 인하에 따른 손실과 정부의 압박 사이에서 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져있는 것이다.

 최고경영자의 결재까지 얻은 가격 인상 방침이 불과 몇 시간 만에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상황이 기업들의 ‘속앓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LPG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제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가격 미반영분이 한 달에 100억원이 넘는 수준인데도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공공연하게 가격을 동결하거나 내리라고 요구하고,압박에 못 이겨 이윤을 좇는 기업이 거기에 순응하는 것이 시장경제와 주주 자본주의의 운영 원리를 훼손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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