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들 이건희 前회장 복귀 원해… 최지성 전자사장 “빨리 정상화해야”
삼성이 ‘오너경영’체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독립경영체제’로 움직이고 있는 삼성 그룹의 경영시스템이 조만간 바뀔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를 해체한 뒤 그룹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에 장기전략을 짜기 어려운 데다, 계열사 간 사업이 중복돼도 ‘교통정리’를 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최근엔 이건희 전 회장의 복귀설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 완제품(DMC) 부문장인 최지성 사장이 지난 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속내를 털어놨다.
최 사장은 “디지털로 전환하는 큰 기회에 (삼성이) 1등을 한 것은 오너가 갖는 통찰력 그런 것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삼성이 TV부문에서 1등을 하고 뻗어가고 있지만, 사장들의 역할보다는 그룹 역량을 모으고 야단치고 했던 그분(이 전 회장)의 통찰과 혜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기업들은 의사결정이 늦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삼성이 우리 산업에 얼마나 기여할지를 생각하면, 삼성도 빨리 정상화돼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삼성 간판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 전 회장의 복귀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삼성내부에서도 이 전 회장의 복귀를 바라는 목소리가 깔려있는 가운데 지난달 삼성 그룹 경영권 편법 승계 논란이 완전히 마무리되면서 한층 힘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불황속에도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좋기는 하지만, 현재 독립경영체제는 과도기 시스템인 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오너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 내부에서도 오너의 장기계획을 구체화하던 전략기획실이 해체되면서, 오너경영으로 복귀해야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다는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전직 임원은 “이 전 회장이 책임을 지고 10~2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투자를 할수 있다는 것은 글로벌시장에서 경쟁사를 앞설 수 있는 삼성만이 가진 장점”이라면서 “‘오너경영’이 반드시 나쁘다는 것은 이분법적인 사고”라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의 복귀설과 함께 지난해 5월 최고고객책임자(CCO)에서 물러난 뒤 해외순환근무를 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내년 초쯤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후계자 승계 시점이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이 지난해 4월 물러난 이후 1년 5개월여밖에 안 됐는데 벌써부터 복귀 얘기가 나오는 것은 성급하다는 반론도 있다. 퇴진 당시 약속했던 10대 경영쇄신안 중 핵심사항인, 그룹의 투명경영을 담보할 수 있는 계열사간 순환출자 해소 문제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복귀설이 흘러 나오면 자칫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도 “당장 이 전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는 어떤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며, 공론화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2009-09-0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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