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한은 경기예측 엇갈려… 시장 “최악상황 끝났다” 우세
9일 아침 9시 기획재정부 김익주 국제금융국장이 밝은 표정으로 정부 과천청사 기자실을 찾았다. 새벽 1시 예상보다 훨씬 많은 30억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에 성공했다는 기자 브리핑. 김 국장은 “대내외 불안심리를 해소하고 한국 경제의 건실함을 입증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하루 전인 8일 저녁 윤종원 경제정책국장이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통해 “2·4분기부터 전기 대비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며 실물경기 호전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금융 부문에서 안정 궤도에 들어서고 있음을 알린 것이다.
1차적으로 외환보유고를 늘려 외화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이게 됐고 나아가 기업, 공공기관, 금융기관에 기준금리(벤치마크)를 제시함으로써 민간 부문의 외화 차입도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익주 국장은 “각국에서 정부 채권을 팔고 있지만 이번에 한국물(物)이 해외에서 높은 관심을 끌었다는 것은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앞서 재정부는 지난해 9월 외평채 발행에 실패한 바 있다.
앞으로 민간·공공 부문의 외화 차입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가 이미 7억달러 규모의 5년 만기 해외채권을 발행했다.
SK텔레콤도 3억 3000만달러 규모의 해외 교환사채(CB) 발행에 성공했다. 기업은행도 5억~1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 발행에 나서는 등 4~5월에만 시중은행과 기업의 외화 차입 규모가 20억~3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수출입은행 등 주요 국책은행과 포스코 등 초우량 기업들이 해외 차입을 할 경우 이번 외평채 가산 금리에 50~100bp(0.5~1%) 정도를 추가하는 선에서 조달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외화 수급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수출입 관련 부문을 제외하고는 시중 외화 유동성 공급을 줄일 방침이다.
한국은행도 오는 14일 만기가 돌아오는 30억달러(한은이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출 형태로 공급한 돈)를 일부 거둬 들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물경기의 급락이 진정되고 외화 차입 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경기진단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난다.
“올 상반기 중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라간다는 것을 느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성태 총재의 발언은 “올 1~2분기 중에 경기가 바닥을 칠 것”이라는 재정부의 전날 진단과 배치된다. 앞으로 경기가 더 꺾일 위험이 여전히 크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과거 일본처럼 최근의 한두달 지표 호전이 ‘내림세 속의 일시적 오름세’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은 ‘금리인하 행진 종결’로 해석하는 시각이 더 지배적이다. 공동락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은이 경기하강 위험을 경고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 놓았지만 경기가 최악의 상황은 지난 것으로 보여 금리 인하는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미현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2009-04-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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